CJ 장남 이선호, 마약 밀반입…‘불구속 수사’ 등 3가지 의문점
2019-09-03 11:19
검찰, 이씨 범죄사실 인정, 증거인멸·도주우려 없어
전처와 사별후 재혼, 마음의 안정 찾는듯 보였으나…
마약 소지한채 입국 사실, 최측근 제보? 세관 능력자?
전처와 사별후 재혼, 마음의 안정 찾는듯 보였으나…
마약 소지한채 입국 사실, 최측근 제보? 세관 능력자?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가 마약 밀반입 혐의로 검찰의 수사까지 받았지만, 불구속으로 풀려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통상 마약 범죄는 ‘구속’ 수사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 비단 불구속 수사 뿐만 아니라, CJ그룹의 승계작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씨가 왜 이런 일탈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이씨의 마약 사건을 둘러싼 세 가지 의문점을 짚어봤다.
◆현대·SK 3세와 유사한 마약범죄, 불구속 수사 ‘이례적’?
3일 검찰 등 법조계에 따르면, CJ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는 지난 1일 새벽 미국발 비행기로 인천공항에서 입국하는 과정에서 항공화물에 액상 대마 다량을 밀반입하다 세관에 적발됐다.
이선호씨는 마약 밀반입 혐의로 공항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지만, 검찰은 이씨의 소변검사 후 진술서만 받고 귀가 조치시켰다.
논란은 여기서 불거졌다. 지난 4월 SK그룹과 현대그룹 창업주 손자들이 마약투약 혐의로 즉각 구속된 것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이례적’이란 것이 법조계의 중론.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전형적인 ‘재벌 특혜 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재계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앞서 배임 혐의 등으로 옥고를 치르는 와중에 다년간 법조계 인맥을 확보한 것도 이선호씨의 이번 불구속 수사에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씨가 순순히 자신의 혐의를 인정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구속했다고 밝혔다. 이씨의 대마 액상까지 확보한 만큼 증거 인멸이나 도주할 가능성이 낮고, 투약 횟수와 규모 등을 볼 때 구속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 모든 수사는 불구속 원칙이 있다는 점도 참작 사유라는 설명이다.
◆이선호씨, 전처 이래나와 사별...재혼 1년만에 ‘마약 사건 연루’
또 다른 의문점은 이선호씨가 왜 하필 마약에 손을 댔냐는 것이다. 호사가들은 이씨의 아픈 과거에 주목한다.
CJ가의 장남인 이선호씨는 남들보다 다소 이른 26세의 젊은 나이에 결혼했다. 배우자는 2016년 4월 그룹 '코리아나' 멤버 이용규씨의 딸 이모씨. 하지만 같은해 11월 이씨의 돌연사로 사별의 아픔을 겪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이선호씨는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팀 부장으로 근무하며 조용히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이다희 전 스카이티비(skyTV) 아나운서와 재혼했다.
두 사람은 그해 초 지인의 소개로 6개월 교제를 이어가다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선호씨도 재혼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는 듯 보였다.
하지만 결혼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이씨가 미국에서 액상 대마를 다량으로 밀반입하려다 적발됐고 소변 검사에서도 대마 성분이 검출되자, CJ그룹의 당혹감은 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씨가 어린 나이에 배우자와 사별의 아픔을 겪었지만, 재혼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는 듯 보였는데 마약 사건에 연루되면서 CJ그룹에 악재가 된 터라 안타깝다”고 전했다.
◆공항서 마약 밀반입 적발...세관의 능력? 외부 사전제보?
이선호씨는 지난 1일 새벽 미국발 비행기편으로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와중에 마약 밀반입 혐의가 드러났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씨의 행적은 그룹 회장 비서실과 가족 등 극히 소수만이 알 수 있다. 그룹 홍보실조차 CJ 오너 일가의 동선은 공개된 일정 외에 개인 일정은 파악하기 힘들다.
그만큼 비밀에 가까운 이선호씨의 귀국 일정을 누군가 정확히 파악하지 않았다면 이씨의 마약 밀반입 사실이 쉽게 드러나기 힘들다. 게다가 그가 마약을 소지하고 입국하고 있다는 사실은 최측근이 아니면 더더욱 알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사전에 누군가가 이씨의 행적과 마약소지 사실을 세관에 제보하지 않은 이상, 이씨 입국과정에서 적발된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공항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만, 인천공항 세관 측이 항공 화물을 스캔하는 와중에 마약으로 의심되는 것을 우연히 적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이선호씨는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출장 등 수차례 미국과 한국을 오갔을 텐데, 유독 이번에 항공화물에서 대마가 적발된 것은 우연에 가깝다”면서 “우리나라 공항 세관이 우수하거나, 누군가 마약 소지 사실을 제보했던가 둘 중의 하나가 아닐까”라고 전했다.
현재 이선호씨는 1일 새벽 검찰 조사를 마친 뒤 귀가했으나, 3일 현재까지 자신이 근무하던 CJ제일제당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CJ그룹은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식입장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