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CJ제일제당 부장)가 마약 밀반입 혐의로 적발되면서 새삼 그의 누나 이경후 CJ ENM 상무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당초 후계 적통자로 지목된 이씨가 이번 사건으로 승계 서열에서 사실상 밀려나면서 CJ그룹 차기 패권은 이경후 상무가 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일 검찰 등 법조계에 따르면, 이선호씨는 지난 1일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 수십여 개를 밀반입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미국발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씨는 항공화물 속에 액상 대마 카트리지를 여러개 숨겨 들여오다 공항세관에 적발됐다. 검찰이 진행한 소변검사에서 대마 양성 반응도 나왔다.

액상 대마 카트리지는 현재 마약 혐의로 재판을 받는 SK그룹, 현대그룹 창업주 손자들이 투약한 것과 같은 종류의 고순도 변종 마약인 것으로 전해졌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에 이은 경영 승계 작업에 한창일 때 이씨의 대마 밀반입 적발로 인해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재현 회장은 지병인 만성신부전증과 근육이 위축되는 유전질환 샤르코마리투스(CMT)를 앓고 있다. 2017년 경영에 복귀한 후 계열사 간 통폐합, 해외 인수합병(M&A) 등에 속도를 낸 것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으로 읽혀진다. 

지난 5월 ‘CJ올리브네트웍스’ 기업분할이 재계의 주목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선호씨와 그의 누나인 이경후 CJ ENM 상무가 각각 17.97%, 6.9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승계 과정에서 핵심 계열사로 주목받은 것.

기업분할 발표 당시 CJ그룹은 CJ올리브네트웍스를 오는 11월 1일까지 올리브영과 정보기술(IT) 부문으로 분리키로 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 IT부문은 CJ주식회사와 주식교환을 거쳐 CJ의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

이에 따라 이선호씨와 이경후 상무는 지주사인 CJ주식회사의 지분 2.8%, 1.2%를 각각 보유하게 된다. 이씨가 지주사 주식을 보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에는 올해 연말 정기인사에서 이선호씨가 부장에서 임원으로 승진, 자연스럽게 ‘장자 후계’ 구도가 굳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그런데 CJ올리브네트웍스 기업분할 절차 완료를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이씨의 대마 밀반입 적발로 차질을 빚게 됐다.

CJ그룹 측은 이씨의 마약 밀반입 혐의와 관련해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건이라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향후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미 이선호씨는 대마 ‘양성’ 반응이 나왔기 때문에 본인뿐만 아니라 CJ그룹의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게 됐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선호씨는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 바이오사업팀 부장으로 근무하다 최근 같은 회사 식품전략기획1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누나인 이경후 상무 역시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2011년 CJ주식회사 사업팀 대리로 입사해 CJ오쇼핑 상품개발, 방송기획 등을 거쳤다. 2016년부터 CJ 미국지역본부 마케팅을 맡아 2017년 3월 상무대우, 같은 해 11월 상무로 승진했다.

이 상무는 2018년 7월1일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법인 CJ ENM이 출범함과 동시에 허민회 CJ ENM 대표이사 직속 TF로 발령 받아 브랜드 전략 등을 맡고 있다.

이 상무도 남편 정종환 상무대우도 CJ 소속으로 ‘사내 커플’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학부와 석사(경영과학)를 마치고 중국 칭화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정상무는  씨티그룹과 모건스탠리를 거쳐 2010년 8월 CJ 미국지역본부에 입사, 인수합병(M&A) 등 업무를 맡아왔다. 두 사람은 미국 유학 중 만나 2008년 8월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