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후보자' 조국의 20일
2019-08-28 16:04
인사청문회를 닷새 앞둔 28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단이 마련된 서울 적선동 현대빌딩에 다른 날과 같이 출근했다. 이날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검찰수사가 개시돼 당황스럽다”면서도 “저희 가족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 후보자는 온 얼굴에 피곤함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지난 9일 법무무 장관에 지명된 후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다소 긴장되면서도 여유로움을 잃지 않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
전날(27일) ‘몸살이 났다’며 오후에서야 준비단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단순한 변명이 아니었음을 말해주는 듯했다.
지난 9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될 당시만 해도 조 후보자는 자연스러움과 자신감의 아이콘과 같았다. 사실상의 첫 출근날인 12일에는 노타이 정장에 텀블러를 든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매일 아침 바뀌는 텀블러 색깔을 두고서도 화제가 이어지기도 했다.
그 무렵 조 후보자가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활동을 했다는 것이 논란으로 떠올랐지만 대세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듯 했다. 오히려 그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소탈한 모습이 ‘철 지난 색깔론’이라는 쪽으로 여론이 쏠리는 듯한 양상도 있었다.
내내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던 조 후보자의 표정에 변화가 생긴 것은 지난 20일, 딸의 논문 관련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터다. 동생 부부의 위장이혼 의혹이나 딸의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관련 의혹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흔들리는 것 같지 않던 조 후보자에게서 조금씩 동요가 감지됐다.
그리고 이때부터 조 후보자의 아침 출근길 표정도 눈에 띄게 굳어갔다. 20일까지는 가끔 옅은 미소가 포착되기도 했지만 기자들 앞에서 입장문을 발표한 21일 이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다.
복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주로 노타이 차림이었던 조 후보자가 꼬박꼬박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 것도 이때부터 였다. 일요일인 25일에도 넥타이를 갖춘 감색정장 차림이었다. 한 주 전 일요일만해도 청바지 차림이었던 그였다.
이 무렵 조 후보자는 거의 매일 대국민 입장문을 발표했다. 22일에는 대국민 정책공약을 내놓았고, 23일에는 논란이 된 사모펀드를 공익재단에 기부하고 웅동학원의 운영에서도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26일에는 딸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재차 사과했다. 이날 조 후보자는 “개혁주의자가 되고자 했지만 자녀와 관련된 점에서는 안일했다”면서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전격 단행된 27일 오전, 조 후보자는 결국 청문회 준비단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때 사퇴설이 나돌 정도로 분위기가 나빴다. 이날 오후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사퇴설을 일축하긴 했지만 예전의 자유분방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던 모습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청문회 날짜가 잡히면서 한고비를 넘기는 듯하지만 조 후보자가 예전의 모습을 회복하기에는 앞으로도 적지 않은 시간과 계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