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만에 깨진 홍콩 평화시위...中무력개입 우려↑(종합)

2019-08-25 10:48
홍콩 시위대-경찰 또 유혈사태…10명 부상·28명 체포
시위대, 中 정부 감시 우려해 스마트 가로등 철거 시도
홍콩 정부 관계자 "시위 격화되면 중국 개입할 수도"

'범죄인 인도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들고일어나 시작된 홍콩 주말 시위가 또다시 폭력 양상을 보였다. 24일 시위대와 경찰이 다시 충돌하면서 중국이 홍콩사태에 무력으로 개입할 명분이 다시 생겼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위 12주째를 맞은 24일 쿤통(觀塘) 지역에서 열린 집회에는 시민 수천 명이 모인 가운데,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10여일 만에 평화 시위가 끝났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물이 파손되고 일부 시민들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시위 초반만 해도 분위기는 평화로웠다.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폐와 행정장관 직선제,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SCMP는 일부 시위대가 길가의 '스마트 가로등' 밑동을 전기톱으로 절단해 넘어뜨리거나, 미국 성조기와 영국 통치 시절 홍콩 깃발을 흔드는 등 경찰을 자극할 만한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교통 상황과 대기 질을 모니터하기 위해 세운 스마트 가로등을 절단한 이들은 가로등에 달린 감시카메라가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결국 응아우타우콕(牛頭角) 경찰서 부근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을 빚었다. 시위대가 행진 끝에 도착한 응아우타우콕 경찰서 부근에서 진압복을 입고 대기하던 경찰과 맞닥뜨리자 도로에 세워진 방호벽과 공사용 대나무 장대를 가져다가 바리케이드를 설치했고 화염병과 벽돌을 경찰에 향해 던지자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강제 진압에 나섰다. 열흘여간 등장하지 않은 최루탄이 거리에 또다시 등장한 것이다. 

SCMP는 시위대가 텔포드 플라자 인근으로 물러나고서도 경찰에 벽돌과 화염병 등을 던졌다고 전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테니스 채를 이용해 경찰이 쏜 최루탄을 되받아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2명이 중상을 입는 등 10명 이상이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고, 경찰은 행진 주최자 등 28명 이상을 체포했다.

경찰 측은 성명을 내고 "시위대에 여러 차례 경고를 보냈지만, 소용이 없어 최루탄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18일 빅토리아 공원 집회에 운집해 있다. 이날 대규모 도심 시위는 주최 측 추산으로 170만 명이 참여했으나 '비폭력'으로 끝났다.[사잔=AP·연합뉴스]

지난주 주말 시위에 앞서 정체불명의 남성들이 중국 선전에서 홍콩으로 넘어오고, 중국 정부가 선전에 인민해방군 소속 무장경찰과 장갑차를 배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당시 시위 현장 안팎의 긴장감은 극도로 고조됐다. 하지만 시위가 평화롭게 마무리되면서 중국이 홍콩 사태에 무력으로 개입할 명분도 사라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에 또다시 폭력 시위로 확대되면서 중국이 본토의 무력을 동원해 홍콩 사태에 개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SCMP에 따르면 탐후이주 홍콩특별행정구기본법위원회 부위원장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와 고도의 자치가 전면적으로 실현되고 있다"면서 "또 각종 자유와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홍콩 시위가 계속 격화되면 중국 중앙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다"며 중국군 무력 개입을 시사했다. 

한 학생운동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홍콩 시위에 성조기가 등장하는 것은 중국에 개입 명분을 줄 뿐만 아니라 미국이 홍콩 시위의 배후라는 중국의 주장에 힘을 싣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위 주최 측은 일요일인 25일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앞서 대규모 시위를 주최했던 야권 연대 민간인권전선은 오는 31일 오후 3시터 도심인 채터가든에서 시위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