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앞 '친일 작곡가' 음악들으며 광복절 행사한 세종시

2019-08-16 05:10
담당부서 "광복절 공연을 진행자 미숙할 수도 있다는 점 검토안했다" 해명에 충격

제74주년 광복절 행사에서 친일 작곡가가 작곡한 곡이 연주돼 충격을 주고 있다.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곡을 선정한 배경과 주최·주관 측의 검토 과정이 허술했다는 사실이 도마위에 올랐다.

세종특별자치시가 15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연 광복절 행사에는 지역내 독립투사 후손들과 각급 기관·단체장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장 축하 공연에 친일 인사인 현제명씨가 작사·작곡한 '나물캐는 처녀'가 연주됐다. 현 씨는 1937년 조선문예회 회원, 1938년 시국대응전선사상보국연맹 경성지부 간사, 1944년 경성후생실내악단 이사장, 조선음악협회 이사 등 친일 단체에서 활동했던 인물이다. 일제 식민통치 시대에서 침략전쟁을 지지하는 가요를 작곡하고, 연주회를 여는 등 일본에 국방헌금에 헌납했던 현 씨는 친일파로 손꼽힌다.
 

[사진=정의당 제공]


정의당 세종시당은 곧바로 논평을 내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세종시당은 "항일운동 과정에서 산화해간 순국선열을 기리고 광복의 환희를 경축하는 자리에서 친일 음악가의 가곡이 흘러나온것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며 꼬집고 "연주곡 선정은 업체 측에서 담당했겠지만, 행사를 주최한 세종시청에서 최소한의 검토만 했었더라도 친일 음악가의 음악을 연주하는 일은 없었을 것 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당은 "이춘희 시장은 겸허히 사과하고, 세종시 지명, 교육, 행정 등에 뿌리박힌 친일잔재 청산을 위해서라도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시민들도 비판을 이어갔다.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은 "광복 74주년 행사장에서 친일 작곡가의 음악이 흘러나와 참석자들 중 특히, 독립유공자들과 그 후손들에게 불쾌감과 치욕감을 안겨줬다."며 "광복절 행사에서 그것도 태극기 앞에서 친일 음악가가 작사·작곡한 음악을 듣는 것은 다시 한번 우리 국민들에게 대못을 박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시 관계자의 해명도 빈축을 사고 있다. 전문 행사업체가 구성한 프로그램을 '관계자들이 미숙했다'는 점을 언급해 사실상 최종 검토 권한을 회피하는 등 모순된 논리를 폈다는 것이다.

담당부서 관계자는 "광복절 공연을 진행하면서 관계자들이 미숙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검토하지 않았다."며 충격적인 해명으로 일관했다. /김기완 기자 bbkim998@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