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친서 외교에 긍정반응...북미 실무협상 재개 '청신호'?

2019-08-10 09:02
"김정은, 한미훈련 부정적"…비용 거론하며 韓방위비증액 간접 압박
트럼프 "北시험 모두 단거리, 탄도미사일 없어…북미회담 가질 듯"

한미연합훈련 등을 겨냥해 최근 잇단 미사일 시험 발사에 나섰던 북한이 '친서 외교'로 국면을 전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돼 조만간 북미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청신호'가 켜졌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면서 "매우 아름다운 편지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가 새로운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실무협상 재개를 통해 북미가 진전을 이룰 경우 3차 북미정상회담도 가능하다고 시사했다. 김 위원장이 3쪽짜리의 매우 아름다운 편지를 썼다고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편지에 최근 잇따른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미국의 미사일 시험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며 "시험이, 워게임(war games)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 연합훈련을 거론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2주 새 4차례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은 지난 5일부터 시작된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무력시위라는 점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핵실험이 없었고 미사일 시험발사는 모두 단거리였다"며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장거리 미사일은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핵실험 중단'을 어긴 조치는 아닌 만큼 문제 삼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자신도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부정적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나도 (연합훈련이) 마음에 든 적이 없다. 왜냐면 돈을 내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용을) 돌려받아야 하고 나는 한국에 그렇게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이번 훈련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선 "그럼에도 커다란 테스트여서 나는 (한미)훈련을 하라고 했다"며 "이번 훈련은 다양한 영역을 한국에 넘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것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미연합군사훈련이 한미 전시작전권 전환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승인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미연합훈련을 비용 문제와 함께 거론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필요성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전 트윗에서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에 상당히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하며 대놓고 증액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비용 문제로 비판적 입장을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한미연합훈련을 '워게임'으로 칭하며 "내가 (백악관에) 들어온 날부터 싫어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하고 2∼3주내 재개를 전망했지만 북한의 잇단 미사일 시험발사 등과 맞물려 아직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이 위기 국면 때마다 친서를 주고 받으면서 '정상간 우정'을 과시하는 등 돌파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발사를 전면적으로 개의치 않고,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매우 아름다운 서한'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북미 간 실무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