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제사회 담론으로 부상한 '北 파병'과 해결책

2024-10-28 06:00

전 세계의 시선이 미국 대선과 중동 전쟁에 쏠려있던 차에 모처럼 한국이 외신 전면에 등장했다. 바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소식이다. 북한이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했다는 우크라이나 및 국정원의 발표로 시작된 이 뉴스는 삽시간에 퍼져나가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한동안 파병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이던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역시 증거들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확인했고, 국제 사회는 점차 확대되는 북·러 군사 협력에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좀처럼 끝나지 않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본격적으로 가담한다면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군의 전투 참가 여부 및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받는 파병 대가 등 세부적 사항들은 베일에 싸여져 있지만 어찌 됐든 미국 대선과 중동 전쟁 등에 쏠려 있던 국제 사회의 시선이 일부나마 한반도로 향하게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해외에서 한국에 대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이 북한 문제이기도 하다. 과거 필자가 외신에 몸담고 있을 당시 해외 기자들과 본사에서 한국 뉴스 중 가장 관심있게 보던 것도 바로 북한 문제이다.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주요 국가로 발돋움하면서 많은 국내 기업들과 인물들이 심심치 않게 외신의 대문을 장식한다. 얼마 전에는 한강 작가가 예상을 깨고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사회에서 한국을 볼 때 가장 눈길을 끌 만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북한 문제일 것이다. 우리야 이미 북한의 위협에 익숙해져 있지만 전 세계 유일한 분단 국가이자,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 공대(MIT) 교수가 국가 발전의 좋은 비교 예시로 거론할 정도로 한국과 북한은 분명히 세계인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북한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 세계에 한국을 각인시킬 수 있는 도구도 되는 것이다.

올해 국제 사회의 빅 이벤트인 미국 대선이 다음 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미국 대선 과정을 보면 한반도 위기는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다. 유럽에서 진행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에서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중동 전쟁 등 2개의 전쟁에 밀려 우선순위에서 멀어졌고, 오히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호시탐탐 주한 미군 방위비 인상과 관세 인상 및 한국 제조업체들의 이전 등을 언급하며 긴장감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전해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소식은 우리가 한반도 위기를 미국 정계, 나아가 국제 사회에서 담론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 파병에 대한 대가로 핵 혹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위성 관련 기술을 이전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미 핵을 보유한 북한이 미사일 발사 기술까지 갖출 경우 이는 한반도 문제를 넘어 전 세계의 안보 문제가 된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지만 미국 대선이 여전히 초접전인 상황에서 트럼프와 해리스 중 누가 대통령이 될지는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미국 우선주의는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기회로 삼아 미국 대선 이후에도 북한의 위협과 한반도 위기를 적극 부각시키고, 그에 따른 실리도 확보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장성원 국제경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