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르포]노후 도심서 매력적인 도시로…독일의 도시재생

2019-06-28 13:03
함부르크 하펜시티, 낡은 항구를 주거·문화·상업 어우러진 첨단 도시로
베를린, 밀레니얼 창업자들 사이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뽑혀

함부르크 하펜시티 전경. [사진= 강영관 기자]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HafenCity)를 둘러싼 엘베강을 따라가다 보면 웅장한 콘서트홀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가 모습을 드러낸다. 거대한 건물의 상층부는 물결치는 파도 실루엣을 본떴다. 버려진 커피 창고를 철거하지 않고 유지한 채 상층부에는 완전히 새로운 건물을 얹어 완성했다. 2017년 1월 개장 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됐다.

하펜시티 함부르크 유한책임회사(HafenCity Hamburg GmbH. 이하 하펜시티 유한회사)의 홍보 책임자인 안드레 슈타크씨는 "옛 창고 건물 위에 새 극장 건물을 얹어 완성한 엘프필하모니홀은 고난이도의 공사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오래 걸리고 많은 돈이 들었지만 개장 직후부터 함부르크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프필하모니 콘서트홀의 리모델링은 독일 제2의 도시 함부르크에서 진행되고 있는 '하펜시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유럽 최대 도심 재개발 사업인 하펜시티 프로젝트는 2001년 첫 삽을 뜬 후 18년째 진행 중이다. 부두와 창고가 있던 낡은 항구 하펜시티를 주거와 문화, 상업이 어우러진 최첨단 복합도시로 탈바꿈 시키는 것이 개발의 핵심이다.

개발이 완료되는 2025년이면 여의도 절반(약 155만㎡) 크기인 하펜시티 안에는 1만4000명이 거주하고 4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자본을 투입하고 함부르크시가 전액 출자한 특수법인 하펜시티 유한회사가 모든 계획과 실행을 전담하고 있다.

엘프필하모니 콘서트홀 전경 [사진= 강영관 기자]


◆주거·사무·문화·상업 공간 한 건물 내에

엘베강 어귀에 자리 잡은 엘프필하모니 콘서트홀은 13년 동안 8억4900만유로(약 1조1200억원)를 쏟아 부어 지난 2017년 1월 일반인에게 첫 공개됐다. 하펜시티의 경관을 바꿔놓으며 지역 랜드마크로 부상한 이 건물은 '엘피'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시민들과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펜시티의 건물들이 엘프필하모니홀과 같이 옛 모습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건물이 완전 철거 후 새롭게 재탄생하고 있다. 하펜시티 유한회사는 하펜시티의 모든 토지를 매입한 뒤 재개발해 이를 되파는 일을 하고 있다.

안드레 슈타크는 "물동량의 증가로 하펜시티가 더 이상 항구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서 수출입을 위한 항구가 지역 남쪽에 새롭게 들어섰다. 자연스럽게 하펜시티가 쇠퇴 과정을 거치면서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라며 "하펜시티의 건물 중 기존 건물을 사용하거나 활용한 건물은 3개뿐이며 나머지는 완전히 새롭게 개발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펜시티는 소수 상업 빌딩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건물은 7층 높이로 지으며, 부지의 20~35%는 공공공간으로 개발된다. 한 건물에 주거와 사무, 문화, 상업공간을 꾸밀 수 있도록 했다. 특정 시간대나 특정 공간 동선에 사람들이 몰리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안드레 슈타크는 "기본적인 콘셉트는 한 건물 내에서 일하고 자고, 먹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령 한 건물 1~2층은 레스토랑, 3~6층은 사무실, 그리고 7층부터는 주거공간 등으로 꾸밀 수 있다"고 말했다.

주거뿐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 업무와 교육, 쇼핑, 여가 생활이 모두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여기에 공공공간을 확실하게 계획해 쾌적한 도시를 유지한다. 안드레 슈타크는 "우리가 일반에 건물을 매도할 때 일정 공간을 공용 공간으로 남겨두는데 이 공간은 정권 변화에 관계없이 함부르크시 소유로 법제화 했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무분별한 개발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방지하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0~30년 장기적으로 가져가는 프로젝트의 원래 목적을 유지하기 위한 셈이다.

함부르크 하펜시티 전경 [사진= 강영관 기자]


◆2025년 하펜시티에 235m 고층건물 '엘프타워' 우뚝

개발 18년째에 접어든 하펜시티의 모습은 크게 변했다. 시민들과 관광객, 회사들이 모여들었다. 하펜시티 내에 현재 4000여명의 시민들이 거주하고 있고 회사 730여 곳이 둥지를 틀었다. 개발이 완료되는 2025년 하펜시티에는 1만4000명이 거주하고 일자리 4만5000개 이상이 만들어진다.

개발이 진행될수록 하펜시티가 있는 함부르크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함부르크 방문객의 숙박일 증가율(2007년 대비)은 86%로, 같은 기간의 수도 베를린(80%)을 넘어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하펜시티가 함부르크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했다.

안드레 슈타크는 "함부르크는 사실 항구도시로서 최적의 지리 조건을 갖춰 북해와 가까이 있으면서 엘베강 하구를 끼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의 영향으로 과거부터 유럽의 동쪽과 서쪽을 연결하는 최대 교역항으로 이름이 높았다"며 "짧은 시간 안에 최첨단 시설을 갖춘 항구로 개발됐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고 말했다.

2025년 하펜시티에는 엘프필하모닉과는 또 다른 상징적 건축물이 들어선다. 235m짜리 고층건물 '엘프타워(Elbtower)'는 2021년 착공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드레 슈타크는 "엘프타워는 앞으로 함부르크 중심부의 결정체가 될 것이며 하펜시티 도시재생 사업의 상징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베를린 미테지구에 있는 팩토리 베를린 입구. [사진= 강영관 기자]


◆청년스타트업의 천국 '베를린'…글로벌기업-스타트업기업 연결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청년 스타트업의 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게놈 보고서를 보면 베를린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전 세계에서 10위 수준이다. 이 보고서는 베를린 스타트업 생태계와 관련해 시장의 접근성과 연결성에서 높은 평가를 줬다. 이는 베를린이 유럽 한가운데의 지리적 이점을 충분히 이용하면서 외국인 창업자에게 열려 있다는 걸 보여 준다.

베를린은 지난해 네스트픽의 조사에서도 밀레니얼 세대의 창업자들 사이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꼽혀 2위 몬트리올, 3위 런던, 4위 암스테르담을 제쳤다. 실제 독일은 지난해 스타트업 투자유치 신기록을 달성했다. 투자유치 건수는 전년도 대비 22% 증가해 621건 기록했다. 투자유치 금액 역시 전년 대비 약 7%(3억1600만 유로) 늘어난 46억 유로를 기록하며 종전 기록을 깼다.

청년 스타트업 창업단지 '팩토리 베를린'에 가면 원동력을 살펴볼 수 있다. 이 곳에선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 기업이 함께하는 리버스 피치(Reverse Pitch)가 수시로 진행된다.

지난달 22일 오후 베를린 미테지구에 위치한 '팩토리 베를린' 회의실에선 독일 굴지 전력기업인 에온(E.ON)을 비롯해 지멘스의 자회사인 모빌리티, 글로벌 로펌 프레시필드, 뮌헨에 본사를 둔 글로벌 보험사 에르고(ERGO) 등이 참여한 리버스 피치(Reverse Pitch)가 열렸다.

팩토리 베를린에 입주한 멤버들이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발표하는 자리다. 멤버들은 정확히 10분간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뒤 이후 10분간은 이에 대한 전문 패널의 질문과 청중의 질문에 대해 답변했다. 이날 전문 패널은 헤스터 히르레히트(머메이드 스튜디오스 설립자)와 마쿠스 베르거-데-레온(디지털 신생기업 운영), 에케하르트 엔트루바이트(와이워크 대표), 하랄트 자프(25년간 디지털 관련 업계 종사) 등이었다.

발표에 나선 5명의 팩토리 베를린 입주사 멤버는 자신들이 이끄는 스타트업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전략 등을 공개하고 현재 다국적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전반적인 시스템들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 등을 제시했다. 이에 패널들은 새로운 시스템이 실제 업무에 적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보완해야 할 부분을 지적했다.

이날 패널 중 한 명인 헤스터 힐브레히트는 "여러분이 발표한 내용들이 단지 여기에 있는 패널과 청중에게만 어필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며 "현장에서 당장 필요한 아이디어가 나온다면 이는 곧바로 실현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팩토리 베를린 내부 모습. [사진= 강영관 기자]


◆폐쇄된 양조장 리모델링 통해 사무공간으로 탈바꿈

베를린 주정부는 베를린 미테지역의 폐쇄된 양조장을 리모델링을 통해 2011년 스타트업 기업을 위한 사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팩토리 베를린은 유럽 최대 규모인 1만㎡ 넓이를 자랑하며 개장 1년 만에 공간을 확장하는 등 청년 창업가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었다. 젊은 예술가들과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저렴한 값에 공간을 제공해 주고 대출 혜택을 제공하면서 세계 각국의 젊은 인재들을 끌어 모았다.

바바라 펠트 팩토리 베를린 미테 운영팀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보면 팩토리 베를린이 특별히 다른 사무실과 비교해 임대료 자체가 크게 저렴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5~6명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임대비용은 다른 사무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하지만 월 30유로(3만9000원)에 1명이 사용할 수 있는 작은 공간부터 임대가 가능하고, 사무실 규모도 다양해 이용자 선택의 폭이 넓은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팩토리 베를린은 소통과 다양성을 중시한다"고 덧붙였다. 팩토리 베를린 입주멤버의 국적은 180여 개국에 달하며, 직원의 절반가량이 독일인이 아니다. 이날 팩토리 베를린의 안내데스크 직원도 스페인 사람이었다.

안내데스크 직원은 "저를 비롯해 워낙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기 편리하다"며 "팩토리 베를린 내에는 다양한 언어로 소통하며 독일어보다 오히려 영어가 더 통용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리버스 피치 등 팩토리 베를린에서 진행되는 각종 이벤트도 주로 영어로 진행된다. 이날 리버스 피치 진행자는 이벤트에 참여한 멤버들에게 국적·인종·분야 별로 앉지 말고 뒤섞여 소통하도록 권했으며, 멤버들도 맥주와 생수를 들고 자연스럽게 이벤트를 즐기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IT와 자동차, 패션, 음악, 음식 등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 기업들과 수많은 기업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네트워킹 이벤트 등 교류를 하는 게 팩토리 베를린의 가장 큰 장점인 셈이다.

베를린 팩토리의 대표인 그라멘츠는 "베를린은 유기적으로 유럽의 사물인터넷(IoT)과 블록체인 허브로 성장했으며 기존 산업의 대기업과 테크 인재들이 협업해 기술적 경제적 성장을 이끄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기금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