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북·중 정상회담, 격변의 한반도를 보며
2019-06-24 05:30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기대하면서 지켜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취임 후 첫 번째 방북이 끝났다. 시 주석은 북한이 합리적인 안보 우려, 즉 체제 보장 및 발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경제 지원을 공언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자신들의 비핵화 조치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에 실망하고 있지만 인내심을 갖고 대화 동력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과 중국은 각자 다른 의제로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유리한 국면이 필요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의 이번 방북은 시기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미국과의 통상 갈등으로 수세에 몰려 있는 가운데 미국이 금기어였던 ‘하나의 중국 원칙’과 관련된 대만 문제 언급은 물론 최근 홍콩의 범죄인 인도 송환법 관련 시위 지지까지 거론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6월 말 오사카 G20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진핑 주석은 국면 전환이 필요했다. 때문에 북·중 연대 강화에 대한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기를 앞당기는 전격적 방북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 주석 방북의 영향이다.
일단 미국은 북·중 간 만남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을 만나고 나서 계속 태도가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중국은 작년과 올 초에 걸친 김정은 위원장의 네 차례 방중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의식해 답방을 꺼렸다. 북핵 문제에 있어 조력자와 저해자의 이미지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이 실패하고 압박이 다변화되자 북핵 카드를 활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국은 북한과의 연대 과시를 통해 미국에 어깃장을 놓기보다는 북한을 설득해 회담장에 이끌어내는 노력을 미국에 보여주려는 측면이 강하다. 이 점에서 이번 북·중 회담의 긍정성도 보인다.
둘째, 그렇지 않아도 비핵화 방식을 둘러싸고 미국의 ‘일괄 타결’ 방식과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해결’ 방식이 계속 대립하면서 돌파구를 못 찾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밝혔듯 중국이 북한의 '합리적 관심사 해결'을 강조한 것은 미국의 선 비핵화 후 보상 방식이 아닌, 제재 완화와 안전보장을 포괄하는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해법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북한이 미국에 구걸하지 않겠다면서 미국과의 안전보장 교환을 강조하는 것과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 이 구도가 본격화되면 핵 폐기라는 본질의 주변화가 다시 우려된다.
셋째, 핵 폐기·완전한 비핵화라는 본질이 주변화되면 ‘폐기’는 ‘동결’로 선회할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미국의 최대 우려인 미국 본토를 사거리에 두고 있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 정도가 재선 정국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전리품으로써 일정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북·미 정상이 친서 교환을 통해 서로 ‘흥미로운 제안’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고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동시적·단계적 방안을 언급하는 데서도 이러한 변화가 감지된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대화동력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누가 중재를 하든 대화의 동력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