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내지 말아달라" 조직 달래기 나선 윤석열
2019-06-20 14:00
"검사 임관은 20기와 함께 였다"며 '연수원 기수' 이유로 한 사퇴 만류
사법연수원 선배 검사들 '무더기' 사표 우려에 팔 걷어붙여
사법연수원 선배 검사들 '무더기' 사표 우려에 팔 걷어붙여
사법연수원 23기 이상 검찰 고위직들의 사의표명이 잇따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신임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윤석열 후보자 측이 조직 다독이기에 나섰다. 윤 후보자 측은 나이와 ‘임관 연도’를 명분으로 제시하며 21~23기 검사장들의 잔류를 종용하는 분위기다.
윤 후보자와 가까운 검찰 관계자는 20일 “윤 후보자가 사법연수원 23기이기는 하지만 검사 임관은 20기와 함께 했다”면서 “윤 후보자보다 임관이 늦은 21기 이후 검사장들은 굳이 나가야 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군 문제를 해결한 뒤 사법시험에 합격한 윤 후보자는 군 법무관을 마치고 임관한 20기와 함께 지난 1993년 검사로 임관했다. 사법연수원 기수에서는 선배일지 모르나 검사라는 직군에서만 따지면 윤 후보자가 선배가 되는 만큼 사법연수원 21기부터는 적어도 선후배 관계를 이유로 사직서를 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인 셈이다.
윤 후보자의 나이가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비슷하다는 점도 '사직할 필요가 없는 이유'로 꼽힌다.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에서 ‘임관 연도’나 연령을 기준으로 위계질서를 거론한 사례는 흔치 않다. '임관 연도'를 거론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하는 인사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자 측이 ‘임관 연도’와 나이를 특별히 강조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무더기 사직’과 그로 인한 조직의 동요을 막고 싶어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윤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선배 검사들은 모두 나가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거들고 나섰다. 박 장관은 19일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후보자보다 선배인 검사들은 모두 옷을 벗으라는 의미냐”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문에 “그런 의미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적어도 19기와 20기 고검장들은 사퇴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21~22기 중에서도 각 2~3명 정도는 사의 표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송인택 울산지검장(21기), 20일 봉욱 대검차장(19기)이 각각 사직서를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경우 11~13명 정도의 검사장급 인사가 검찰을 떠나게 된다. 이 정도 규모는 전례에 비해 적은 것은 아니지만 ‘태풍’ 규모의 충격을 줄 정도도 아니다.
사법연수원 19기로는 이날 사직서를 낸 봉욱 차장을 비롯해, 조은석 법무연수원장, 황철규 부산고검장이 있고, 20기에는 김오수 법무부 차관, 박정식 서울고검장, 이금로 수원고검장, 김호철 대구고검장이 있다.
21기에는 노승권 사법연수원 부원장, 박균택 광주고검장, 한찬식 동부지검장, 송인택 울산지검장, 윤웅걸 전주지검장 등 6명, 22기에는 권익환 서울남부지검장, 양부남 의정부 지검장 등 8명이 현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