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제재 풀어달라"...美반도체업계, 정부에 로비
2019-06-17 14:25
美반도체업계, "국가안보 관련없는 기술 부문 제재 해제" 요구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로 화웨이에 등을 돌린 미국 반도체회사들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은밀하게 제재 해제를 위한 로비를 벌여왔다고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텔과 자일링스 경영진은 지난달 말 미국 상무부 관계자와 만나 화웨이 제재 대응방안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 브로드컴 역시 상무부와 이 문제로 접촉했다고 한다.
인텔은 화웨이 서버 칩 주요 공급업체이며, 퀄컴은 스마트폰용 프로세서와 모뎀 제공업체이다. 자일링스와 브로드컴은 상당한 물량의 통신장비용 칩을 화웨이와 거래해왔다.
미국 반도체회사들은 지난달 17일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를 거래금지 리스트에 올리자 잇따라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선언하면서 정부의 제재에 적극 협조해왔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한편에선 국가안보와 연관되지 않은 기술 부문에서라도 거래금지를 해제하기 위해 은밀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화웨이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등은 일반적으로 이용가능한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5G 네트워크 장비와 같은 안보 위협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기업들은 주장한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이건 화웨이를 돕자는 게 아니다. 미국 기업들에게 해가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700억 달러(약 83조5000억원) 규모의 반도체를 구입했는데, 이 가운데 인텔, 퀄컴,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사들인 게 110억 달러어치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결국 미국 기업들은 화웨이와 거래 중단 시 매출에 있어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기업들을 대표해 미국 정부와 협의하는 자리를 갖고 정부 조치에 협조를 약속하는 한편 거래중단으로 인한 여파를 설명했다고 인정했다.
앞서 화웨이와 즉각 거래 중단에 나섰던 구글 역시 미국 정부에 화웨이와 거래를 허용해달라는 로비를 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가 보도한 바 있다. 구글은 특히 화웨이가 자체 운영시스템(OS)을 만들 경우 되레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상무부는 "규제 범위와 관련해 기업들의 문의에 대응하고 있다"면서 기업과의 논의가 "법 집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결렬된 뒤 화웨이를 거래금지 기업 리스트에 올렸다.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이 조치가 무역전쟁과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화웨이 제재가 미국의 협상 카드 중 하나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아직까지 화웨이와의 거래중단이 미국 기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정확한 추산은 나오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 기업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난주 브로드컴은 화웨이와의 거래중단을 비롯한 무역전쟁을 이유로 연간 매출 전망치를 20억 달러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