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무역전쟁 제발 그만"...美600여개 기업·단체 트럼프에 서한
2019-06-14 10:35
美기업들,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
"대중 관세, 美경제에 심각한 악영향" 경고
추가 관세 땐 소비자용품 가격 급등 불가피
"대중 관세, 美경제에 심각한 악영향" 경고
추가 관세 땐 소비자용품 가격 급등 불가피
미국 소매, 제조, 기술, 에너지, 농업 분야 600여개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對) 중국 관세를 철회하고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끝내라고 호소했다.
CNN머니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을 반대하는 기업 연합체 '관세가 심장부를 해친다(Tariffs Hurt the Heartland·THH)'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을 통해 이 같은 요구를 전달했다. 이 서한에는 미국 500여개 기업과 140개 산업단체가 서명했다. 월마트, 코스트코, 타깃, 메이시스, 갭, 리바이스, 풋로커 등 미국 굴지의 유통·소매업체도 포함됐다.
서한은 "우리는 무엇보다 추가 관세가 미국 기업, 농업, 가계, 나아가 미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심각하게 악영향을 미칠 것임을 알고 있다"면서 "격화하는 무역전쟁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양국 모두 패배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중국산 수입품 연간 2500억 달러어치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또 연간 3000억 달러 규모 수입품에도 추가 관세를 물리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 전부에 관세가 부과되는 셈이다. 지금까지 가전제품, 의류, 장난감, 휴대폰 등은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었다.
서한은 "관세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 기업이 직접 내야 하는 세금"이라면서 "관세 인상과 무역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시장에 동요를 야기해 역사적인 경제 성장세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17일 추가 관세 부과와 관련해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THH는 이에 앞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이번 서한을 보낸 것으로 CNN은 풀이했다.
THH는 지난 2월에도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미국에서 일자리가 200만개 넘게 사라지고 미국 가정(4인 기준)이 평균 2300달러의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중국과의 무역협상 결렬 후 즉각 2000억 달러 규모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했다.
미국 기업들은 관세 인상에 따른 여파를 상쇄하기 위한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관세 인상분의 일부를 비용으로 흡수하거나 수출업체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방안, 제품 조달원을 중국 밖에서 찾는 방안 등을 견주고 있다.
그러나 유통업체들은 결국 관세로 인한 기업 실적 타격과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저소득층이 주요 고객인 미국 저가 유통업체 달러제너럴의 존 개럿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고객들은 나날이 높아지는 제품 가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컨설팅업체 트레이드파트너십은 최근 보고서에서 추가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내 신발 가격이 8%, 의류가 5%, 장난감이 16% 각각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가전제품은 3%, 여행용품은 10%가량 가격 인상이 예상됐다.
미국 기업들은 양국이 무역전쟁을 당장 끝내길 바라지만 이런 바람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지 못하거나 만남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추가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밝혀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된 압박에도 중국은 아직까지 두 정상의 만남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만약 중국이 미국의 제안을 거절할 경우 그에 따른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13일 경고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이날 워싱턴DC의 한 행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만남을 강력히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두 정상의 만남이 아직도 공식 확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남이 불발될 경우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만남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또 커들로 위원장은 중국이 대등한 협상을 바라지만 그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한쪽으로 무척 기울어진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대등한 협상은 할 수 없다"면서 "우리가 요구하는 건 현재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번 주에 중국이 기존의 협상 조건으로 복귀하지 않을 경우 아예 합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무역협상이 결렬된 것은 중국이 이미 합의했던 조항에서 막판에 물러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