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YWCA "故 이희호 여사, 영원한 여성운동가로 기억될 것"
2019-06-13 14:35
한국YWCA가 여성운동가로 살면서 평생을 여권 신장에 힘써온 故 이희호 여사를 추모했다.
YWCA연합회는 13일 "한국의 남녀 평등을 위한 법개정활동 등 여성인권향상과 민주주의를 향한 소용돌이 속에서 탄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인권운동과 소외된 사람들이 겪는 빈곤과 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한국 여성운동과 사회운동계의 상징이자 기둥이신 고 이희호 여사의 추모예배를 연다"고 밝혔다. 추모예배는 이날 오후 5시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다.
한국YWCA는 "유학 후 본격적인 여성운동의 현장으로 4년간 총무를 역임하셨고, 여성운동가 이희호 여사님의 헌신으로 YWCA활동이 성장했기 때문에 그 열정과 큰 사랑의 작은 인사로 여성계 추모 모임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영원한 여성운동가, 故 이희호 선배님을 추모하며
사랑하는 이희호 여사님!, 아니 영원한 우리들의 선배님!!
당신의 영면을 마주한 우리들은 이제 더 이상 당신의 그 올곧고 힘 있는 목소리와 그 다정한 웃음을 만날 수 없다는 깊은 비탄 속에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께서 평생 동안 쉼 없이 헤치며 걸어오신 여성해방과 민주주의, 그리고 평화의 길 위에 서서, 다시 우리들은 당신의 뜻을 이어받아 새롭게 길을 만들겠다는 굳은 다짐으로 당신을 애도하고 서로의 슬픔을 위로합니다.
당신은 전도양양한 학자의 길을 마다하고, 억눌리며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이 땅의 여성들을 위해 YWCA 활동가의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YWCA가 창립된 1922년에 태어나신 선배님은, YWCA가 이 땅에서 이룩하려 했던 여성들의 각성과 해방, 바로 그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가 이 땅에 실현되는 것이라 생각하셨습니다.
선배님은 ‘여자는 알지 못한다’는 강고한 가부장의 편견을 깨려 하셨고, 여성 스스로의 힘으로 생각하고 자주적으로 행동하여야 민주국가가 이루어진다고 굳게 믿으셨습니다. “아내 밟는 자 나라 밟는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축첩을 반대하는 운동을 조직하셨고, 혼인신고를 하지 못해 인권을 유린당하는 여성들의 현실을 바꾸려고 열정적인 캠페인도 벌이셨습니다. 업신여김을 당하면서도 고된 노동에 시달려야 했던 가난한 여성들의 삶을 안타까워하셔서 그들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한 온갖 힘을 다 기울이셨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들은 YWCA 운동으로, 그리고 여러 여성운동 단체들이 힘을 합친 연대운동으로 값진 열매를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민주투사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하며 겪은 선배님의 고난과 시련의 세월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뜨거워집니다. 선배님은 환갑을 맞이하여 저희들이 선물한 이불도 제대로 덮지 못하셨습니다. 고초를 겪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이 자유의 몸이 되면 함께 덮겠다고 하시던 그 때를 저희들은 잊지 못합니다. 불의에 맞서 싸워 그 승리를 하나님께 드려야 한다는 그 굳건한 정의의 신념과 뜨거운 신앙은 언제나 우리 YWCA 활동가들의 본보기가 되셨습니다.
여성해방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면서 신산하고 굴곡진 삶 속에서도 “거짓 없는 성실로써 매일에 충실하자”는 스스로의 원칙을 굳게 지켜오신 이희호 선배님! 당신의 지난한 노력으로 이 땅 여성들의 삶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우리 앞엔 날마다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들이 새롭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잊지 않겠습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여성들에 대한 당신의 그 뜨거운 사랑을, 우리 여성들의 힘과 권리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열정을, 정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굳건한 신념을, 그리고 오랫동안 변함없이 보여주신 YWCA 활동가들에 대한 깊은 사랑을.
그리하여 저희가 그 뜻을 이어나가겠습니다. 당신이 이 세상에 누룩으로 오셨음을 기억하고 더욱 풍성하게 만들겠습니다.
이제 부디 평안한 하나님의 품속에서 편히 쉬소서.
한국YWCA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