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정정용호의 ‘비주류 반란’…이강인 있기에 꿈꾸는 ‘원 팀’
2019-06-12 13:01
한국축구 사상 첫 U-20 월드컵 결승 진출 새 역사
16일 새벽 1시 우크라이나와 결승서 우승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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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정정용의 아이들’이 사상 첫 결승 무대에서 ‘폴란드의 기적’을 꿈꾼다. 한국이 U-20 월드컵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킨 원동력은 정정용 감독의 리더십과 최우수선수(골든볼)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막내 이강인까지 ‘원 팀’으로 뭉친 힘이었다.
◆변화무쌍한 정정용호의 ‘비주류 반란’
정정용 감독은 대표적인 축구계 ‘비주류’ 사령탑이다. 소위 ‘주류’ 대학을 나오지 않았고, 선수 시절 프로 무대도 밟지 못했다. 당연히 국가대표 출신도 아니다. 대신 공부하는 지도자로 꾸준히 한 우물을 팠다. 13년째 협회 전임지도자로 유소년축구에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학구열을 불태우며 박사 과정을 밟으며 일찌감치 최상위 레벨 P급 지도자 자격증도 땄다. 이를 토대로 빠르게 변하는 세계 축구의 흐름과 트렌드를 읽는 눈을 키웠다. 뛰어난 전술 능력과 어린 선수들을 ‘원 팀’으로 묶는 탁월한 리더십의 탄생 배경이다.
세계 무대에서 펼쳐진 ‘비주류 반란’은 이번 대회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별리그와 토너먼트 6경기에서 보여준 맞춤형 전술은 ‘기다림의 미학’에 가까웠다. 정 감독은 3-5-2, 4-2-3-1, 3-4-3 등 변화무쌍한 전술을 유연하게 꺼냈다. 상대에 따라 지키는 축구를 펼치다 후반에 공격적으로 돌변했고, 때론 경기 초반부터 몰아치며 상대의 혼을 빼놓기도 했다. 에콰도르전에서는 이른 시간인 후반 28분 이강인을 빼는 강단 있는 결정도 내렸다.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조영욱과 엄원상 등 공격적인 선수들을 투입해 전략적인 '지키는 축구'로 다급해진 에콰도르에 맞불을 놨다. 허를 찌른 전술이었다.
정 감독은 서두르지 않고 선수들을 믿었다. ‘맏형 리더십’으로 큰 무대에서 흥분할 수 있는 어린 선수들을 ‘원 팀’으로 묶어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결승전을 앞둔 정 감독은 “운동장에서 뛴 선수들이 하나가 돼 뛴 것 같다. 선수들이 이겨낼 거라고 생각했기에 두렵거나 긴장된 게 없었다”면서 “자, 이제 마지막 경기가 남았다”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이강인 있기에··· ‘원 팀’으로 신화창조
정정용호의 중심은 ‘플레이 메이커’ 이강인이다. 정 감독이 펼치는 전술의 핵심이다. 이강인은 스페인 명문 발렌시아가 바이아웃(최소이적료) 8000만 유로로 그를 묶은 이유를 이번 대회에서 유감없이 입증하고 있다. 한국의 대부분 득점은 이강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뛰어난 개인기에 흐름을 읽는 경기운영 능력, 감각적인 패스와 슈팅까지 모든 면에서 그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
에콰도르전에서 나온 결승골은 최준의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됐지만, 프리킥 기회에서 찔러준 이강인의 재치 넘치는 공간 패스가 압권이었다. 기존에 약속된 세트피스가 아닌, 이강인과 최준이 눈을 맞춘 뒤 나온 창의적인 합작품이었다. 최준은 “(이)강인이와 밥 먹을 때도 함께 앉아 있기 때문”이라며 호흡을 강조했고, 이강인은 “형들이 잘해준 덕분”이라고 겸손하게 공을 돌렸다.
태극마크를 단 모든 선수들은 하나로 움직이며 같은 땀을 흘렸다. 특히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힘든 골키퍼 이광연(강원)도 8강 승부차기에 이어 4강에서도 선방쇼를 펼쳤다. 이광연은 에콰도르전 경기 종료 직전 레오나르도 캄파나의 골과 다름없는 헤딩슛을 슈퍼세이브로 막아내 한국의 결승행 티켓을 지켜냈다.
이것이 ‘원 팀’의 힘이다. 최준은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던 결승 진출의 영광은 경기에 뛴 사람, 안 뛴 사람 모두 한 팀이기 때문에 이룰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결승전 필승을 다짐한 이강인은 “이기면 우승할 수 있으니 특별하다”며 “이번 결승은 역사적인 날이 될 것 같다. 중요한 경기, 역사적인 날에 좋은 성적을 내고 이기면 좋겠다”고 당차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