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SWOT 분석 11] KT, 통합 10년ㆍ5G 원년…도전과 위협 사이
2019-06-04 16:59
아현지사 화재·채용비리 아픔 딛고 미래 먹거리 발굴 총력
5G 신속 대응 속 투자부담…유료방송 규제로 결정 늦어져
5G 신속 대응 속 투자부담…유료방송 규제로 결정 늦어져
[데일리동방] ◆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5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발표하면서 주요 기업의 산적한 과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기업들은 3~4세 시대 개막과 경영권 문제, 중국발 저가 공세에 따른 제품 경쟁력 회복 등 내부의 약점과 외부 위협을 기회로 전환하는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데일리동방은 대기업집단을 SWOT(강점・약점・기회・위협)으로 구분해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1일 케이티프리텔(KTF) 합병 10주년을 맞은 KT는 올해를 5G 원년이자 도약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KT는 5G 통신시장 지각변동을 노리는 한편 지난해 아현지사 화재와 채용 비리 의혹에 따른 이미지 쇄신을 거듭해야 한다.
KT는 국내 통신 서비스 과점 구조의 이점을 누리고 있다. 시내전화 점유율 80.6%로 1위, 이동전화 31.6%로 2위 등 상위권에 속한다. 초고속 인터넷과 유선방송시장 점유율은 각각 41.2%와 31.07%로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유료방송 중 통신3사가 서비스하는 IPTV는 47%로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LTE 시대인 2015년에는 국내 최초로 LTE와 기가(GiGA) WiFi를 하나의 통신망처럼 묶어 이론상 최대 15배 빠른 1.167Gbps 기가 LTE를 상용화하고 해외에 수출했다. 같은해 음성・문자 무제한 제공에 데이터 제공량에 따라 요금제를 고르는 'LTE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3사 최초로 출시했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세계 최초 5G 올림픽으로 만든 기록도 있다.
탄탄한 통신망을 활용하는 콘텐츠 사업도 활발하다. KT는 음악 스트리밍과 뮤직비디오, VR(가상현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니(genie), 실시간 TV 채널과 VOD를 제공하는 올레TV 모바일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IPTV 사업은 2008년 국내 최초 상용화 이후 10년만에 가입자 800만명을 확보했다.
KT의 높은 시장지위와 넓은 유통망, 자금력과 유무선 통합서비스 능력은 시장 환경 변화에 탄탄한 기초체력이 되고 있다.
◇약점 : 아현지사 화재에 前 회장 채용비리
통신사업이 주력인 KT는 대부분 사업지역이 국내로 한정돼 있다. 일반 소비자는 물론 기업 대상 사업 모두 유선전화・초고속인터넷・이동통신 등 주요 서비스가 성숙기에 접어든데다 가입자 확보 경쟁으로 성장이 쉽지 않다.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 유선전화 가입자는 줄어들고 있다. 초고속인터넷과 IPTV, 이동통신 가입자 증가폭도 이제는 크지 않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황창규 회장은 급한 불을 꺼야 한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아현지사 화재 피해 보상이다. 통신구 화재 여파로 서울 마포구·서대문구·용산구·은평구 상인들의 카드 결재가 안돼 KT는 진땀을 빼야 했다.
이와 관련 황 회장은 4월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여야의 질타를 받았다. KT가 화재 원인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부터 참고인 외압 주장까지 나왔다. 같은달 그는 임원 워크숍에서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통신 관련 안전 유지와 시설관리, 화재 예방 등을 총괄하는 안전 전담부서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KT 안전관리 체계를 완전히 바꾼다는 의지다. 상인들에 대한 보상은 진행중이다. 다만 경찰이 아현지사 발화 원인을 규명하지 못해 회선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잔불로 남은 상태다.
요란한 시작에 비해 넓지 않은 5G망 전국화도 속도를 내야 한다.
이석채 전 회장의 채용비리 사건도 이미지 실추 요인이다. 이 전 회장은 2012년 상반기 대졸신입공채에서 3명, 하반기 4명, 홈고객부문 공채 4명 등 11명을 부정 채용해 회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지난달 9일 구속기소됐다.
내수시장 강자의 고민은 빠른 기술 도입과 사업 다각화다. 우선 통신기술 발전은 더 나은 단말기와 서비스 수요를 부른다. 새 통신망 사용자들의 무제한 요금제가 10만원대에 이르는 점도 기회다. 1분기 기준 무제한 요금제 ‘슈퍼플랜’은 5G 가입자의 85% 이상이 선택했다.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5G 특성상 무제한 요금제를 쓸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요금은 최저 8만원에서 최고 13만원이다. 정부는 LTE 시절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통신사들을 압박했지만 4차 산업혁명 토대인 5G 요금제는 관련 사업 투자를 고려해 쉽게 손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LTE에 늦게 대응했다가 가입자 수가 정체됐던 KT는 5G 전국망 확보 경쟁에 한창이다. KT는 올해 5G 커버리지 확대와 재난안전 분야 보강을 감안해 3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올해 새 통신망 상용화를 기점으로 시장 1~3위가 재편될 지 여부가 관심을 끈다. 우선 출발은 나쁘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KT는 4월 말 기준 5G 가입자 10만4696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5월과 이후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첫달 성적 호조가 지속될 경우 만년 2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KT는 5G 시대 이후 먹거리도 챙기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3일 서울대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와 맺은 ‘6G 통신 공동연구 및 자율주행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이다. KT와 서울대는 6G 개발 방향과 표준화 공동연구, 자율주행 사업 공동 발굴과 규제 개선 상호 협력 등으로 세계 통신시장 주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두 기관은 또한 5G 네트워크, 5G 에지 클라우드, V2X(Vehicle to Everything), 5G 보안솔루션 기가스텔스(GiGAstealth) 등을 덧대 자율주행 활용 방법을 찾는다.
보안 서비스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는 최근 안랩과 ‘통합 TI(Threat Intelligence・위협정보) 개발과 신규 보안서비스 출시’ 업무협약을 맺었다. 통합 TI는 PC와 모바일을 공격하는 해커의 IP와 악성코드 유포지를 실시간 추적한다. AI형 봇넷처럼 지능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화한 사이버 공격에 선제 대응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협 : 시설투자 부담 지속・정부 개입 사업
그러나 통신사업자인 KT는 갈수록 빨라지는 통신망에 끝없이 투자해야 한다. 유선전화시장을 이동전화가 추월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1990년대에 쓰이던 통신기술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서비스는 이동전화뿐이다. 3G 서비스 5년 만인 2012년 LTE 시대가 열렸다. 이후 2014년 LTE-A 서비스가 시작됐고 이듬해에는 3개 주파수를 묶어 전송속도를 높인 3 band LTE-A가 나왔다. 그로부터 4년 만인 올해 5G가 상용화되면서 대대적인 시설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KT는 올해 안에 전국 85개 시 대부분 지역에 5G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기술 발전 속도가 점차 빨라지면서 KT는 통신 발전과 가입자 요구를 충촉하기 위한 투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신 기술 상용화에 따른 마케팅 역시 재무 부담이 된다.
정부 개입 여지가 높은 사업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서비스 인허가부터 사업 시행까지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통제하는 산업이다보니 규제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문재인 정부 2주년 과학기술, ICT 부문 성과’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LTE 저가 요금구간의 데이터 제공량을 300MB에서 최대 1.3GB로 올리고 ▲선택약정할인율을 기존 20%에서 25%로 높이고 ▲취약계층 통신비를 줄이고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해 연간 1조8000억원이 넘는 가계 통신비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은 통신사 영업수익 감소와 수익성 하락 요인이다.
유료방송시장에선 경쟁사들이 맹추격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규제에 우려감으로 KT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위협 요인이다.
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티브로드와 CJ헬로 인수에 나서며 시장점유율을 키우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가 합쳐지면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23.92%로 늘어난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 점유율을 합치면 24. 54%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 점유율 31.07%와 차이를 크게 줄였다. KT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와 마찬가지로 케이블 방송사 딜라이브(6.29%) 인수를 욕심내고 있다. 딜라이브를 인수하면 여유롭게 유료방송시장 1위를 수성할 수 있다.
문제는 지난해 6월 일몰된 유료방송 합산규제다. 규제는 특정 방송 사업자가 유료방송 시장의 33.3% 초과를 막는다. 현재 국회와 정부는 합산규제에 대해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사후규제가 허용되면 합병에 문제가 없지만, 일몰연장으로 간다면 합병은 물건너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