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SWOT 분석 9] 한진그룹, 유가·외환 관리 급한데 지배구조 안정 시급

2019-05-31 15:05
높은 부채비율, 성장 위한 투자 어려워...국내 우위 물류산업 강점

[사진=한진그룹]

[데일리동방] ◆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5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발표하면서 주요 기업의 산적한 과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기업들은 3~4세 시대 개막과 경영권 문제, 중국발 저가 공세에 따른 제품 경쟁력 회복 등 내부의 약점과 외부 위협을 기회로 전환하는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데일리동방은 대기업집단을 SWOT(강점・약점・기회・위협)으로 구분해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최근 국내 주요 그룹을 둘러싼 가장 큰 이슈는 지배구조와 승계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등장한 미국계 헷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영향으로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현대차그룹도 엘리엇의 타겟이 되면서 국내 그룹사 전반 문제점도 수면위로 떠올랐다.

한진그룹은 KCGI(강성부 펀드)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KCGI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15.98%를 확보했다. 지난해 11월 9%를 매입한 이후 꾸준히 늘려온 것이다. KCGI는 대주주 일가의 갑질·횡령·배임 등을 지적하고 있다. 후진적 기업지배구조, 부당계열지원, 불필요한 유휴자산 보유와 방만경영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약점: 높은 부채비율, 환율·유가 관리 부족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주사로 대한항공, 진에어, 한진, KAL호텔네크워크 등 주요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한진그룹 전반 상황을 잘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한진칼의 신용등급은 지난 2014년 A0에서 A-로 강등됐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등급이 낮아지면서 최근에는 BBB0를 부여받았다.

사드 등 외부 요인 영향이 있었지만 근본적 문제는 따로 있다. 지난 2015년 한진칼과 정석기업이 합병(투자부문)하면서 한진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한진칼은 이전 대비 직접적으로 자회사의 실적 등에 영향을 받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었다. 한진해운 리스크가 해소된 지난 2017년 신용등급은 ‘BBB+, 부정적’을 기록했다. 최근 등급 전망이 ‘안정적’으로 변경됐지만 과거 A급의 위상은 현재 찾아볼 수 없다.
 

[사진=한진그룹]

대한항공의 무리한 계열사 지원이 자체 체력을 갉아먹었고 그 결과 지주사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대한항공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지난 2016년 1178%까지 치솟았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819%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과중한 수준이며 이자보상배율은 0.9배에 불과하다. 영업활동으로 이자를 갚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영업이익은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외환 부문은 더 큰 문제다. 항공업은 그 특성상 유가·환율 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헷징 등으로 커버해야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매년 외환손실이 큰 폭의 변동을 보이면서 사실상 영업이익이란 의미가 무색해질 정도다. 기업이 지속경영을 해나갈 수 있는지 여부도 확신하기 어렵다.

◇강점: 한국 대표 항공·물류 전문 그룹

국내 대표 항공사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대한항공이 브랜드 등에서 앞선다. 한진해운은 사라졌지만 현재 칼호텔네크워크, LA월셔그랜드호텔 등과 함께 그룹 내 ‘적자(嫡子)’를 담당했던 기업이다. 계열 지원 부담을 덜은 상황에서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한진그룹 항공업을 이끄는 주축이다.

한진칼의 또 다른 자회사인 한진은 육상운송, 해운, 택배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물류산업이 성장하면서 지난 2017년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한 이후 이익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다만 한진도 외환 관리 등이 되지 않으면서 당기순익 변동폭은 상당히 높다.

항공·물류업이 주력 사업인 가운데 사실상 국내서는 경쟁자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일한 경쟁 상대였으나 현재는 독보적 존재나 다름없다.

◇기회: 물류산업 성장...인프라 경쟁

스마트폰 태동 이후 물류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온라인으로 구매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탓이다. 그만큼 물류산업 규모도 빠르게 확대됐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물류업의 업체수 비중은 대기업 0.7%, 중기업 7.7%, 소기업 91.6%로 중소기업이 99.3%에 달한다. 소기업 매출액 비중은 전체의 20.8%다. 중소물류기업의 경영여건이 열악해 물류산업 전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류산업은 인프라 산업이다. 거점이 중요한 만큼 규모의 경제가 상당히 중요하다.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이 우위를 점한다. 4차산업 혁명에 따른 새로운 물류 서비스도 등장하면서 이 또한 고려해야 한다. 이 역시 자본과 인프라 싸움으로 귀결되는 만큼 한진그룹에 유리하다. 한진그룹의 강점이 기회를 타고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한진그룹 제공]

◇위협: 취약한 지배구조...LCC 등장, 단거리노선 부진

한진칼은 환경경영(E), 사회책임경영(S), 기업지배구조(G)를 평가하는 ESG 등급에서 2015년 이후부터 작년까지 B이하를 받았다. 이중 지배구조 등급은 C를 기록했다.

한진그룹의 취약한 지배구조는 KCGI 등장으로 더욱 확실해졌다. KCGI는 최근 한진칼 지분을 추가 확보하면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설령 백기사가 나타나도 치솟은 주가를 감안하면 KCGI가 손해를 볼 가능성도 크지 않다.

‘한진 3남매’가 순탄하게 지분정리를 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설령 한진그룹 대주주일가가 안정적으로 지분을 확보해도 리스크는 여전하다. 우선 조 회장의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향후 주주들의 요구가 거세질 요인이다.

고(故) 조양호 회장도 부친 고 조중훈 회장 별세 후 형제간에 분쟁이 발생했다. 조원태 회장은 공정위 동일인 지정 과정에서 형제간 갈등이 표면으로 부상했다. 아직 그 내막을 알 수는 없지만, 2대에 걸쳐 형제의 난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항공·물류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그 기류를 타고 갈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과도한 부채도 경영이 어려운 가운데 저가항공사(LCC)의 대거 출현으로 단거리노선 수익성은 낮아졌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한진그룹의 강점과 기회요인도 실질적으론 무색해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