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SWOT 분석 6] 포스코, '국민기업' 명성 되찾을 수 있나
2019-05-26 14:54
체력·협업 등 강점...CEO교체·투자회수 불확실성 제거해야
[데일리동방]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취임 후 ‘With Posco’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였다. 주주와 고객, 공급사·협력사, 지역사회와 더불어 함께 발전한다는 의미다. 지난 50년간 ‘제철보국’ 이념을 기반으로 국민기업으로 우뚝 선 포스코를 향후 100년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다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포스코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7.1% 증가한 64조977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익은 19.9% 늘어난 5조5426억원으로 나타났다. 생산·판매량 증가와 판매가격 상승 등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다만 해외사업 등 1조400억원 규모의 일회성 손상차손이 반영되면서 당기순이익은 36.4% 줄어든 1조8921억원에 그쳤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철강부문(포스코, 포스코강판 등)이 영업이익의 82%(4조5363억원)를 차지해 전년(79%)대비 그 비중이 확대됐다. 같은 기간 무역부문(포스코인터내셔널 등) 영업이익 규모는 증가했지만 비중은 7%를 유지했다. E&C부문(엔지니어링&건설: 포스코건설 등)은 규모는 물론 비중도 9%에서 7%로 감소했다.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인 기타부문(포스코에너지, 포스코ICT,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엠텍 등) 역시 규모와 비중(5%→4%) 모두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비중을 보면 다소 변화가 있다. 철강과 E&C부문이 각각 78%, 3%로 축소된 반면 무역과 기타부문이 각각 11%, 7%로 증가했다. 이는 포트폴리오 변화가 아닌 철강시황 부진에 따른 철강부문 영업이익 축소 탓이다. 포스코건설도 해외는 물론 국내 주택경기 불황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뉴 포스코’는 아직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 회장의 어깨는 여전히 무거운 상황이다.
약점: 주인 없는 기업·CEO리스크, 투자 불확실성
포스코그룹은 과거 민영화 과정에서 ‘주인 없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정부 보유지분을 일괄 매각이 아닌 3년에 걸쳐 분할 매각키로 결정한 이유다. 그 결과 현재와 같은 소유와 경영 분리를 이루게 됐다. 다만 특정 지배주주가 없다는 점은 외부 간섭을 받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포스코는 이사회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된 점을 의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스코는 지배주주가 없는 만큼 CEO 선출에 앞서 육성 부문에 대한 이사회 역할과 권한이 명확해야 한다. 평가 부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사회 결정’으로만 대변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CEO 교체에 따른 잡음은 결국 신뢰 문제에서 출발한다. 정준양 전 회장 시절부터 시작된 투자 실패, 정치 커넥션 등이 여전히 의구심으로 남아있다.
최 회장의 포스코그룹 성장을 위한 45조원 규모 자금투여, 비철강부문 강화 목적 신사업 육성 등을 섣불리 응원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이 모든 문제는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 주인 없는 기업을 진정한 선진형 지배구조 기업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역할 등에 대해서도 일반 기업들과 분명 달라야 한다.
강점: 규모의 경제·고효율 생산체계·우수한 기술력
미중 무역전쟁으로 철강산업이 불안한 상황에서도 포스코는 그 역량을 충분히 보여줬다. 고객사 글로벌 프로젝트에 대한 적극 대응과 솔루션 제공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했다. 이에 월드 프리미엄 플러스 제품 판매비중은 전년대비 4%포인트 상승한 29.7%를 기록했다.
열연 부문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수입재 대응도 강화했다.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포스코의 우수한 기술력이다. 품질 측면 전 세계에서 포스코를 따라잡을 수 있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선제적 설비장애 개선, 강건화를 통해 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기반 설비 고도화로 고효율 생산 프로세스 구축도 추진중이다.
대기 오염 물질과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기술을 개발해 친환경 제철소 구현도 노력 중이다. 또 친환경 전기차 소재, 차체 경량화 대응 기술 등 메가트렌드에 대응한 시장 지향적인 제품과 기술 개발도 강화하고 있다. 수익성이 불투명한 사업은 매각 등을 추진해 재무구조 개선에 힘썼다.
위협: 원자재 가격 변동·수급 불균형·신시장 무한 경쟁
올해 1월 브라질 Vale 댐 붕괴, 3월 서호주 사이클론 영향으로 철광석 가격은 1분기 톤당 83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실적 부진의 원인이자 2분기까지도 그 여파는 지속될 전망이다. 제조 원료(철광석, 원료탄 등)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포스코에는 민감한 사안이다.
철강가격을 올리면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있지만 글로벌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아 쉽지 않은 결정이다.
수출 비중을 높임과 동시에 대상 지역을 다양화하면 환율에 따라 가격 등이 상쇄될 수 있다. 현재 포스코의 내수 비중은 55%로 수출 비중을 상회 중이다. 미중 무역전쟁 등을 고려하면 수출은 녹록치 않다.
해외 철강사업은 인도네시아 PT PK판매량 증가에도 가격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전년동기와는 유사한 수준이다.
중국 장가항 스테인리스법인은 밀마진 개선, 가공비 하락과 선박용 고수의 강종 판매증가로 영업이익이 흑자전환(72억원)했다. 베트남 SS VINA는 시황부진이 지속되고 판매가격도 하락하면서 영업손실은 88억원으로 늘었다.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2차전지 등 분야를 강화할 방침이지만 이곳은 무한경쟁 시장이다. 글로벌 산업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어 기존 사업자뿐만 아니라 타 영역과도 싸워야 한다. 성공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기회: 사업인프라, 경쟁사와 협업 지속
포스코는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2차전지 등 신시장마저 경쟁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출발부터 불안하다. 그러나 오랜 기간 철강재를 공급하며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과 관계를 맺어왔다. 대표적으로 최근에는 쌍용차와의 협업을 알렸다.
포스코뿐만 아니라 이종업종간 합종연횡은 수년 전부터 진행돼왔다. 포스코가 다소 늦은감이 없진 않지만 수년간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 점은 사실상 산업계의 ‘마당발’이라 할 수 있다.
‘Supply Chain 경쟁력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만큼 공급사 경쟁력 향상을 위해 동반성장 활동도 추진해왔다. 협업이 ‘필수’로 여겨지는 시대가 다가오면서 포스코그룹에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포스코는 변화할 수 있는 탄탄한 체력(철강)을 갖고 있다. CEO 교체 문제 등으로 불신이 높아졌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무분별하고 불투명한 투자가 아닌 성과로 보여줄 수 있는 ‘성장투자’가 절실하다. 수많은 기업들과 ‘With Posco’를 이뤄 국민기업의 위상도 되찾을 수 있다. 최정우 회장이 ‘뉴 포스코’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