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도 ‘핫식스’ 이정은, US여자오픈 제패 후 ‘눈물 왈칵’(종합)

2019-06-03 09:40
​LPGA 투어 데뷔 첫 우승으로 ‘신인왕 굳히기’
‘메이저 퀸’ 등극…우승상금 100만 달러 챙겨
한국인 10번째 대회 우승 주인공…시즌 7승째


“지금까지 힘들게 골프를 했던 게 생각이 많이 나서….”

이정은6이 눈물을 왈칵 쏟았다. 장애를 갖고 있는 아버지와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골프채를 놓지 않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평정하며 눈물을 흘렸던 이정은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을 제패하며 다시 감격의 울음을 터뜨렸다.
 

[유소연의 축하를 받으며 울음을 터뜨린 이정은6.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이정은은 미국 무대에서도 ‘핫식스’였다. 나흘 내내 유일하게 언더파 스코어를 낸 이정은은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쓰며 미국 진출 이후 첫 우승을 가장 많은 상금과 명예가 걸린 대회에서 이뤄냈다.

이정은은 3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파71)에서 열린 제74회 US여자오픈(총상금 55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언더파 70타를 쳤다.

대회 마지막 날 공동 선두와 2타 차 단독 6위로 출발한 이정은은 최종합계 6언더파 278타를 기록하며 공동 2위 유소연, 에인절 인, 렉시 톰슨(이상 미국)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역전 우승을 거뒀다. 데뷔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장식한 이정은은 우승상금 100만 달러(약 11억9000만원)를 챙겼다.

이정은은 지난해 경험을 쌓기 위해 연습 삼아 나간 LPGA 투어 퀄리파잉 시리즈를 수석 통과하고, 고심 끝에 올해 미국 무대에 공식 데뷔했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힌 이정은은 LPGA 투어에서도 꾸준한 성적을 내며 우승권을 맴돌다 9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메이저 퀸’에 등극했다.

이정은은 US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로는 10번째 우승 트로피를 가져간 주인공이 됐다. 이 대회에서는 1998년 박세리를 시작으로 2005년 김주연, 2008·2013년 박인비, 2009년 지은희, 2011년 유소연, 2012년 최나연, 2015년 전인지, 2017년 박성현이 정상에 올랐다.

또 올 시즌 LPGA 투어 한국인 우승은 7승으로 늘었고, 지난 4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고진영이 우승한 데 이어 두 차례 메이저 대회를 모두 한국 선수들이 휩쓸었다.
 

[US여자오픈에서 LPGA 투어 데뷔 첫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이정은6.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이정은은 미국 무대에서는 우승이 없었지만, 국내 무대에서 수많은 우승을 차지한 풍부한 경험이 있었다. 최종일 우승 경쟁에 나선 이정은은 침착했고, 집중력이 빛났다.

첫 1번 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내고도 흔들림이 없었다. 까다로운 2번 홀(파4)에서 곧바로 버디를 잡아 만회한 뒤 파 행진을 이어가며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위기는 후반 10번 홀(파4)이었다. 두 번째 샷이 깊은 러프로 들어가 다시 타수를 잃을 수 있는 위기였다. 하지만 이정은은 핀을 바로 겨냥한 환상적인 어프로치 샷으로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홀컵을 맞고 바로 앞에 멈춘 완벽한 샷이었다.

위기를 넘긴 이정은은 가장 어려운 11번 홀(파3)에서 날카로운 티샷으로 핀 약 2.3m 가까이 붙여 버디를 잡아 선두로 올라섰다. 이어 12번 홀(파4)에서도 연속 버디를 낚아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간 뒤 15번 홀(파5)에서도 버디를 추가해 추격자들을 3타 차로 따돌려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정은은 16번 홀(파4)에서 보기로 주춤한 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도 약 3m 파 퍼트를 놓쳐 보기로 마무리했다. 마지막까지 1타 차로 추격하던 셀린 부티에(프랑스)가 18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면 연장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오히려 더블보기로 무너져 공동 5위까지 미끄러졌다. 연장전을 대비해 퍼팅 연습을 하며 기다리던 이정은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우승이 확정된 사실을 알아차린 이정은은 캐디와 뜨겁게 포옹한 뒤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쏟아냈다. 또 유소연 등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면서도 울음을 참지 못했다. 이정은은 “16번 홀부터 마지막 세 홀에서 긴장을 많이 해 보기가 나온 것 같다”며 “그래도 전반에 플레이를 잘 했던 것이 후반 압박감을 감당할 수 있는 이유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우승한 어떤 대회보다 느낌이 다르다”며 “지금까지 힘들게 골프를 했던 게 많이 생각나서 눈물이 나는 것 같다”고 울먹였다.

유소연은 이날 1타를 줄이며 4언더파 280타로 공동 2위를 차지해 시즌 최고 성적을 냈다. 1타를 잃은 박성현은 1언더파 283타로 공동 12위에 머물렀고, 세계랭킹 1위 고진영과 박인비, 김세영은 이븐파 284타로 공동 16위에 그쳤다.

화제를 모았던 듀크대 1학년에 재학 중인 재미교포 지나 김은 1언더파 공동 12위로 대회를 마감해 아마추어 선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적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