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 모두 '열공'…국회의원 이색 경제모임
2019-06-03 07:54
경제정책 현안 파악 위해 자발적 공부모임 곳곳
초선ㆍ이념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의원들 모여…네트워크 교류의 장 역할도
초선ㆍ이념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의원들 모여…네트워크 교류의 장 역할도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후폭풍으로 여야 간 대치정국이 장기화되고 있다. 민생은 뒷전으로 밀린 채 '개점 휴업'상태인 국회 안에서도 일부 여야 국회의원들은 자발적인 공부 모임을 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우리 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면서 경제 관련 의원연구 모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경제 관련 스터디 모임에 참여하는 여야 의원들의 목적은 미세하게 차이가 있다.
여당 의원들은 경제적 성과와 현 정부의 정책 상황을 보다 깊게 알기 위한 목적이 큰 반면, 야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표방하는 자유시장 경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현 정부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 많았다. 또 자발적 공부모임은 의원들의 인적 교류와 사교의 장으로도 역할을 했다.
‘더미래구상’은 국회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공부모임이다. 지난 2016년 11월 첫 모임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다양한 분야에 걸쳐 강연자를 섭외, 31일 현재 모두 63회의 강의가 진행됐다.
더미래구상의 특징은 소속 의원 모두가 초선이라는 점이다. 회장을 맡고 있는 박정 의원(경기 파주을)을 비롯해 소병훈 의원(경기 광주갑) 등 28명이 참여하고 있다. 민주당 초선 의원 65명 중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통상 거물급 중진 의원이 좌장을 맡고 이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아침부터 나서는 공부모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박정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자신이 아는 전문분야는 있지만 국회의원이 그 분야만 알아선 안 되기 때문에 자기가 잘 아는 분들을 모셔다가 강연을 책임지고 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해서 시작했다”며 “혼자서 다 하면 힘들텐데 돌아가면서 품앗이 하듯 하니까 덜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더미래구상이 다루는 주된 이슈는 ‘경제’다. 약 절반에 이르는 강연이 경제를 다뤘다. 국내 경제뿐만 아니라 국제 경제도 대상이다. ‘재무제표를 읽는 법(유동수 의원)’, ‘평등의 정치경제학(소병훈 의원)’과 같은 강연도 진행됐다.
박 의원은 “분야별로 배우는 것이고, 국내 경제뿐 아니라 국제 경제도 계속해서 배우니까 의정활동에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앙 이슈뿐만 아니라 지역 이슈를 다루는 경우도 있다. 소병훈 의원이 지난 3월 진행했던 ‘남북평화와 경기도의 과제’의 경우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강연자로 나섰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경기도에서 어떻게 뒷받침하고 있는지 등을 설명했다.
이 부지사는 “경기도가 남북교류 협력의 중심으로 도약해 통일경제특구 유치, 남북 농림업 교류, DMZ 생태평화공원 조성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농업을 통해 북한과 남북협력사업을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했다.
이들은 매주 공부모임을 갖는 동시에 매월 1회 만찬을 통해 교분을 나눈다. 장기간 모임이 진행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박 의원은 웃으며 “한 주는 밥 먹고 술 먹고 하니까, 긴장을 조였다 풀었다 하니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누구든 오라…정진석·김무성 '열린토론 미래'
정부와 여당에 맞서 보수적 가치를 주장해야 되는 범보수 성향의 의원들도 스터디 모임이 있다. 현재 20대 국회에서 등록된 의원 연구단체는 68개나 되지만 자발적 형태의 스터디는 많이 없는 상태다. 야당 의원들 중 자투리 시간을 짜내 자발적으로 하는 대표적인 스터디로는 김무성(부산 중·영도구)·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자유한국당 의원이 추죄하는 '열린토론 미래'가 있다.
2017년 10월부터 시작된 이 스터디는 회원을 모아서 운영하는 것이 아닌 순수한 공부모임으로 알려졌다. 주최자는 김무성·정진석 의원이지만 간사는 김종석(비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맡고 있다. 외교와 경제 그리고 정치 전반에 두루 전문성과 연륜을 갖춘 의원들이 주도하다 보니 스터디의 주제도 다양하고 질적인 측면도 높다는 후문이다.
정진석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열린토론 미래'는 약 1년 6개월간 27회나 열렸다. 자발적인 모임치고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진 셈이다.
모임의 주최 시기가 주기적으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현안이 생길 때마다 열고 있다고 한다. 다만 연말에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방문행사가 많거나, 국정감사 등 국회에 바쁜 일정이 겹칠 때는 모임이 잠시 쉬기도 한다. 최근에는 2주에 한번 정도 간격으로 모임을 연다고 한다.
모임의 주제는 열린토론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중요한 현안 모두를 요령있게 다룬다. 주로 경제와 외교·안보 문제가 많이 나오지만, 최근 문제가 된 미세먼지나 환경, 에너지 문제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모든 현안들이 주제로 오른다.
열린토론 미래는 오전 7시30분에 시작되는 조찬모임인 만큼 부지런이 동반된다. 처음에는 국회의원들의 공부모임으로 시작했다가 조찬을 겸하며 반응이 좋아서 모임이 커졌다고 한다. 초기 전문가와 의원 중심의 모임에서 현재에는 수도권 당협위원장까지도 참석을 한다고 한다. 열린토론답게 서로 자유롭게 질의 응답을 하고 의견을 내놓는 방식이다. 역시나 정해진 회원이 없어서 매번 참석하는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이 다른 편이다.
스터디의 주최 목적은 보수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정계에서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지식과 양식을 갖추기 위함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치적 논쟁이 민감한 부분에서 보수가 기본적으로 주장하는 시장경제와 국가안보 등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고 지식을 쌓기 위한 열린형태의 공부모임을 지향한다는 것. 열린토론의 장점을 살려 단순히 한국당 의원뿐 아니라 바른미래당, 심지어 민주당 의원들까지도 참석이 열려 있다고 한다. 또 이러한 모임을 통해 의원 간 의견을 교환하고 가교역할도 동반하고 있다.
◆통계청 공부하고 경제 흐름 읽고…'통계로 보는 한국경제 조찬모임'
민주당 의원들의 모임인 ‘통계로 보는 한국경제 조찬모임’도 주목을 받는다. 해당 모임은 여권의 대표적 자본시장 전문가인 김병욱 의원(경기성남분당을)이 주관했다. 통계청 실무 담당자들을 국회로 초청해 공신력 있는 통계청 자료를 해석하고 나아가 의정활동에 활용하자는 취지에서다.
박찬대(인천연수갑)·박경미(비례)·최운열(비례)·김병관(경기성남분당갑)·송옥주(비례)·조응천(경기남양주갑)·서형수(경남양산을)·윤준호 의원(부산해운대을) 등 8~9명이 격주로 참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8일 첫 모임을 시작으로 지난 5월 21일까지 총 10차례 조찬모임이 이뤄졌다. 통계로 보는 한국경제 조찬모임은 격주 화요일 오전 7시30분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다.
의원들은 모임 시작에 앞서 간단히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한 후 약 1시간 30분~2시간에 걸쳐 강연자의 이야기를 듣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단 조찬모임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4차 모임부터는 본격적으로 ‘통계 뜯어보기’가 시작됐다. 올 2월 26일 ‘연도별, 분기별 가구소득, 지출로 본 가계동향조사’란 주제로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 과장이 강연을 진행했다.
이후 △소매판매액지수를 통해 본 소비동향 △인구동향을 통해 본 인구추계 △산업활동지수를 통해 본 경제동향 △최근 경제상황과 향후 전망 △소비자물가지수를 통해 본 물가동향 등의 주제로 조찬모임이 이뤄졌다.
당장 오는 4일에는 ‘지역소득통계를 통해 본 지역소득동향’이란 주제로 강연이 열릴 예정이다.
모임을 주관한 김병욱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께서 국회 전반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활동하다가 후반기에는 정무위로 오면서 통계 수치를 보고 경제 흐름 읽기를 원하셨다”며 조찬모임이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참석하는 의원님들 모두 경제·금융에 굉장히 관심이 많으시다. 적극적으로 질문도 많이 하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정책위부의장인 송옥주 의원도 해당 조찬 모임에 빠지지 않는 ‘열공생’이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현안을 제대로 알고 정책을 개발하자는 취지에서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