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부풀리기 의혹’ CJ올리브네트웍스, 신형우선주 발행에 쏠리는 이목
2019-05-29 08:16
CJ 1주당 신형우선주 0.15주 배당...합병 반대 기준 높아져
최근 국민연금의 주주활동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주주 행동주의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7일 CJ 이사회에 공문을 보냈다. CJ올리브넥트웍스가 분할·합병 과정에서 정보기술(IT) 부문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CJ그룹은 지난 4월 29일 CJ올리브네트웍스를 IT시스템 구축 및 운용 사업부문(분할존속회사, 이하 IT사업부문)와 헬스앤뷰티 사업부문(분할신설회사, 이하 올리브영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다고 공시했다. IT사업부문은 CJ 자사주를 활용한 주식교환을 통해 CJ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그룹 3세 일가가 지분 44%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교환을 통해 3세 경영자의 CJ 지분은 0%에서 6.8%로 늘게 된다.
경제개혁연대는 합병(CJ시스템즈+CJ올리브영) 이후 IT부문 실적(2014~2018년)이 예상치와 실제 실적 간 과도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배주주 일가의 지배권 확보 목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CJ그룹은 반박하고 나섰다. IT부문 매출액은 매년 예측치를 상회했고 영업이익 역시 회계기준 상 기업 내 다른 영업부문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수익을 반영하지 않은데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것이다.
양측 주장이 맞서는 상황에서 한국투자증권이 CJ의 가치평가 기준에 의문을 제시했다. CJ는 IT사업부문 자산가치 40%(2384억원), 수익가치 60%(7434억원)를 적용해 최종가치를 5424억원(IT사업부문과 파워캐스트 합산 기준)으로 평가했다. 인적분할 기준 IT사업부 자기자본은 2530억원으로 자산가치와 유사하다.
문제는 수익가치다. 7434억원은 2018년 상각전영업이익(765억원) 대비 9.7배다. 동종업계에 속한 롯데정보통신(5.7배), 아시아나IDT(5.0배), 신세계I&C(6.0배) 등의 평균 멀티플의 두 배에 달한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8년 IT사업부문 영업이익은 68억원, 세전·이자지급전이익(EBITDA)은 272억원이다. 파워캐스트 합산 기준으로는 각각 173억원, 465억원이다. CJ는 영업이익을 470억원, EBITDA를 765억원으로 평가해 차이가 크다.
괴리가 발생한 원인은 IT사업부문의 서비스 능력이다. CJ는 IT사업부문이 올리브영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SI시스템 강화 측면 영업이익 상향 조정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공시와 달리 인적분할 후 IT사업부문 실적을 높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그러나 IT사업부문이 올리브영 SI 캡티브(계열사 물량)가 없다면 향후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 한국투자증권의 의견이다. 올리브영 관련 부문을 제외하면 영업이익률(IT사업부문 1.6%)도 타사(4~6.4%) 대비 열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치를 부여받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가치평가는 주관적 성격이 강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은 중립”이라면서도 “지난해 신형우선주 배당과 연결시키면 CJ 측이 가치측면에서 다소 무리한 주장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분구조 상 CJ주주들이 IT사업부문의 자회사 편입 반대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CJ 지분 43.28%를 보유하고 있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는 11.17%다. CJ의 IT사업부문 자회사 편입은 소규모 주식교환으로 주주총회가 필요없다. 다만 CJ 주주 20% 이상이 반대하면 계약은 무효가 된다.
국민연금은 CJ 지분 7.48%를 보유중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주주 행동주의 등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CJ그룹 입장에선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지난해 말 CJ가 보통주, 우선주 주주 모두에게 1주당 0.15주의 신형우선주 배당을 결정한 점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형우선주는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어 배당 실시로 인해 주식수가 늘어난다. 결국 ‘반대 20%’ 기준이 높아지게 된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국민연금도 의결권 행사 등에서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스튜어드십 코드가 지나친 간섭인지 올바른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것인지 의견은 엇갈리지만 주주 행동주의는 국내 자본시장의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CJ그룹 차원에서는 위협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