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시민단체 "공원 일몰제 대책, 지자체 책임 전가" 비판
2019-05-28 17:26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 등 정부가 28일 당정 협의회를 갖고 발표한 장기미집행공원 해소방안은 지방자치단체와 시민·환경단체 등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지자체 등의 요구는 내년 7월 공원 일몰제에 따라 20년간 개발 제한됐던 민간 소유 공원 용지 등을 중심으로 용도 전환을 통해 대거 개발될 경우 서울시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의 도심 내 공원이 사라지는데 대한 대책이다.
지자체 등은 정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도심 내 공원이 줄어들 경우에 대비해 공원 조성에 적극 나서 줄 것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방안이 지자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여서 지자체와 시민단체는 생색내기 불과하다며 반발했다.
당정의 장기미집행공원 해소방안 핵심은 앞으로 5년 간 지자체가 사유지 내 공원 매입비 마련을 위한 지방채 발행에 대해 이자를 최대 70%까지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서울시는 25%, 광역시·도는 50%를 지원해 주고 있다. 이 중 광역시·도의 이자 지원율을 70%까지 높인다. 지방채 발행 한도 제한의 예외를 인정해 지자체의 재원 조달도 용이하도록 했다. 또 실효 대상 공원부지 중 전체의 25%(90㎢)인 국공유지의 경우 10년 간 실효 유예하고, 10년 후에 관리실태 등을 평가해 유예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
LH의 공공사업을 통한 공원 조성 작업도 강화된다. 토지은행 제도를 활용해 공원 조성 토지를 우선 비축하고, 현재 진행 중인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지연 우려가 있는 사업을 LH가 승계해 조속히 추진하는 방식이다. 지자체가 공원부지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와 비슷한 개념의 '도시자연공원구역'(토지소유자 매수청구권 인정)으로 지정해 공원 일몰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설치 가능한 시설물 종류를 확대하는 등의 제도 개선도 병행된다.
지방채 발행 이자 최대 70% 지원에 대해 지자체들은 "지방채 이자 지원율이 확대되더라도 결국 빚을 내서 땅을 사라는 의미인데 이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들의 평균 재정 자립도를 고려했을 때 국고 50% 지원 등을 골자로 한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에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지방채 발행조차 부담인 지자체들도 있다"며 "실제 지자체들도 낮은 재정자립도와 제도 미비를 이유로 민간공원특례사업에 의존할 뿐이다"고 전했다.
정부가 이번 대책으로 220㎢의 공원을 보전할 수 있는 것으로 발표했지만, 사실상 국공유지가 대부분인 점도 도마에 올랐다. 과거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도입된 공원 일몰제는 사유지에만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공유지는 실효나 유예의 대상이 아니라는 게 지자체들의 입장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4월과 12월 관련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실효 대상 공원부지 340㎢ 가운데 38%인 130㎢를 꼭 지켜야 할 '우선관리지역'으로 정해 지자체별로 향후 5년간 공원 조성을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재원·주체별로 △지자체 예산 4조2000억원(51.6㎢) △지방채 발행 2조5000억원(14.8㎢) △민간공원 조성 5조5000억원(25.6㎢) △국고 사업 연계 등 5000억원(4.8㎢) △도시 계획적 관리 3조7000억원(36.5㎢) 등이다.
하지만 목표 달성 가능성에 우려가 제기됐다. 공원 해제에 따른 땅값 상승 기대, 공시지가 상승 등에 따라 부지 매입 단가가 높아지면서 지자체가 지방 재정과 지방채 발행을 통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간공원 조성 작업도 절차에 긴 시간이 필요한 데다 주민 반발까지 겹쳐 사업이 지연되는 등 순조롭지 못하다. 대전 매봉공원, 청주 구룡공원 등 일부 공원들은 실효 전까지 민간공원으로 조성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지자체와 시민단체는 정부의 책임 확대를 요구했다. 특히 1970년대 이전 국가가 지정한 공원부지들은 국가의 몫이라는 의미다. 서울시 측은 "국가가 도시공원 매입 비용을 지자체에 지원하든지 아니면 국유지로 계속 갖고 있으면서 공원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대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실효 대상 공원부지 340㎢ 가운데 우선관리지역(130㎢), 실효 유예되는 국공유지(90㎢) 등 220㎢의 부지에 공원이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권혁진 국토부 도시정책관은 "도시공원은 도시의 허파 기능을 하는 소중한 자산인 만큼 지자체, 공공기관, 시민단체, 기업 등 다양한 주체와 적극적으로 협업해 지속해서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대책이 LH 주도의 공공사업으로 향후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LH 주도로 공공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은 우선관리지역인 사유지에 해당하는 것이고, 유예 부분은 LH 추진 사업 부지와 다르다"며 "LH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국공유지 부분을 남겨놓은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