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중국, 미국의 전방위 압력에 견딜 수 있을까?
2019-05-27 17:30
- 중국의 리더십 훼손되지 않고 미국이 원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로의 복귀가 관건 -
중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장기 집권의 초석을 다졌다고 하지만 시진핑 주석 주변의 잡음이 여전히 만만찮다. 중국몽(中國夢)이라는 대국굴기(大國崛起)의 깃발을 쳐들었지만 내부적으로도 너무 빨리 칼을 빼들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을 정도다. 미국을 비롯한 잠재 경쟁국들을 지나치게 자극함으로써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이를 잠재우기라도 하려는 듯 중앙 공산당의 권력을 강화하고, 경제 부문에서도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무리한 수들이 거듭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미국과의 무역 전면전에서 완패를 당할 경우 권력의 누수 현상이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들린다. 그렇다면 중국 집권 세력들도 미국의 압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맞불 작전을 최대한 동원하면서 결사항전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내부적인 복잡한 사정이 깔려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이 끼면서 시장이 동요 현상이 가시적이다. 주변국들은 혹시 유탄이라도 맞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그렇다면 왜 협상이 풀리지 않고 계속 꼬여만 가고 있는 것인가.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지만 양국 간의 불신의 벽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은 더 이상 중국의 속임수 혹은 꼼수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약속을 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다시 협상을 반복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까지 확실하게 못을 박고 가겠다면서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협상 전술을 구사한다. 반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곧 재선 가도에 시동을 걸 것이기 때문에 이 고비만 잘 넘기면 다시 한숨을 쉴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중국의 체제, 근간 혹은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일부 양보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산이 정확히 빗나갔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 대해 미국 여론의 절대적 지지를 업고 있는 트럼프 진영이 더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중국이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는 판세다.
트럼프 측이 재선 승리를 위해서는 전리품이 절실한 실정이다. 북핵 이슈가 장기화되고 있는 마당에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의 전면적 승리만큼 더 확실한 것은 없다. 사실 이들은 중국에서 5월 말에 중국과의 협상을 종료하고 EU, 일본, 한국 등으로 무역 전쟁을 확대하려는 시나리오 플랜을 가진 듯하다. 하지만 중국의 저항이 만만치 않자 방향을 다시 선회했다. 중국으로부터 완벽한 백기를 받아내겠다는 포석이다. 이를 위해 미국에 동조하는 동맹국들의 세를 규합하고 있다. 자칫 또 다른 상대국이 될 뻔 했던 전통적 동맹국들을 끌어안음으로써 중국을 사면초가로 몰아간다. 특히 중국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외에 기술에 대한 압박을 위한 글로벌 동맹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중국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인 환율 카드까지 거론하여 긴장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또 6월 하순 일본에서 미국-일본-인도 3국 정상회의를 개최, 무역과 안보 측면에서 중국을 포위하는 다단계 전술을 과시한다. 갈수록 중국 편보다 미국 편에 서는 국가들이 많아지는 모양새다.
중국도 미국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구체적 맞불을 놓고 있다. 경제적 전면 전쟁이라고 규정하고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수입품 맞불 관세에 더하여 전 세계 95%의 매장량을 가진 희토류 수출 금지, 미국 국채 매각, 국가 안보 위협 미국 IT 부품 수입 금지, 미국 드라마 중국 내 방영 취소 등이다. 종착점이 잘 보이지 않는 치킨게임 양상이다.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 아니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느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울기가 판명날 것으로 보인다. 일단 6월 중에 양국 정상이 만나는 자리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그렇게 되기에는 진도가 너무 많이 나갔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견해도 많다. 어느 한 쪽이 백기를 들어야만 상황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으로 보면 중국에게 결코 유리한 게임이 아니다. 다만 중국의 리더십에 대한 자존심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중국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복귀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을까에 초점이 모아진다. 아직은 이런 분위기가 채 성숙되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