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운용사도 부익부 빈익빈
2019-05-27 15:08
국내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시장에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헤지펀드 시장 규모가 올해 30조원을 넘어서면서 수익률이 안정적인 일부 운용사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도리어 자본금을 날리고 문을 닫아야 하는 운용사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문사모운용사 169개사 중 절반이 적자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전문사모운용사 169개사 중 80개사가 지난해 적자를 봤다. 2018년 10월 시장이 단기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악화된 헤지펀드 운용사가 늘어났다.
지난해 증시 변동성의 여파와 실적 악화로 최대주주가 바뀌기도 했다. 지난달 람다자산운용, 페트라자산운용, 지큐자산운용, 브로스자산운용, 비엔비자산운용이 최대주주 변경을 공시했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지난해 증시 변동성에 마이너스 실적을 냈다.
브로스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손실이 14억원대였다. 마이너스폭이 자본금 26억원의 절반에 달하는데다 자기자본이 5억5846만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마이너스폭이 큰 편이다. 페트라자산운용은 6억9091만원의 당기순손실 기록했으며, 지큐자산운용은 4억2839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헤지펀드 순자산 4년 만에 10배 커져
국내 헤지펀드 순자산 규모가 올해 30조원을 넘어섰다. 2015년 말 3조원대였던 순자산 규모가 10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 20일 기준 헤지펀드 순자산은 31조3925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말 12조4658억원에서 1년 4개월여 만에 두 배 이상 불어났다.
다양한 금융투자상품 육성을 취지로 한국형 헤지펀드를 도입한 지 7년 5개월 만이다. 국내 전체 주식형 공모펀드(순자산 57조433억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펀드(22조3408억원) 규모를 훨씬 앞질렀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덩치가 급격히 커진 것은 자산가들의 대체투자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수요 확대 요인이 됐다.
더욱이 헤지펀드의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 이상으로 비싸지만, 안정적인 성과를 낸다는 입소문에 고액자산가의 뭉칫돈이 몰렸다는 얘기다.
지난 한 주간 신규 설정된 자금은 5504억원을 기록했다. 교보증권의 'Royal-Class 헤지펀드' 5개와 DS투자증권의 '토러스채권형' 6개 헤지펀드는 각각 1416억원, 1110억원씩 담았다. 이어 신한금융투자의 '하이파이(HI-FI) 채권투자' 5개(536억원)와 아름드리자산운용 'Gauss전문투자형' 4개(207억원), 쿼드자산운용의 '쿼드 헬스케어 멀티스트래티지6 전문투자형'(186억원) 순이다.
반대로, 파인밸류자산운용의 간판펀드인 '파인밸류 IPO플러스V'에서는 같은 기간 180억원의 설정액이 줄었다. 올 들어 16% 넘는 수익을 내자 환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박재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성과 부진은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과 경기 성장 둔화 우려가 원인"이라며 이는 변동성 확대로 이어져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리밸런싱 욕구를 자극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쌓이면서 거액 자산가들에게 한국형 헤지펀드가 유용한 투자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올해도 한국형 헤지펀드의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