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기생충', "칸 황금종려상 만지게 될 날 상상도 못 했다"

2019-05-26 09:44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5일(현지시간) 제72회 프랑스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 역사상 봉준호 감독이 첫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날 오후 7시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을 언급했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선정은 심사위원 만장일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봉준호 감독은 "프랑스어 연설은 준비하지 못했다"라며 감격한 목소리로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한 장면도 찍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 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 모든 배우분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저는 그냥 12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감사하다"라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영화 '기생충'으로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상패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생충은 칸 영화에서 처음 공개됐다.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기생충은 무척 특별한 경험이었다. 우리 심사위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는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다른 여러 개의 장르 속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그리고 한국을 담은 영화지만, 동시에 전 지구적으로도 긴급하고 우리 모두의 삶과 연관이 있는 그 무엇을 재미있고 웃기게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기생충은 구성원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가 부잣집의 고액 과외 선생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등이 배우로 출연했다. 기생충이 상영된 후에 2000여 관객들이 9분이 넘도록 기립 손뼉을 치며 호평을 보내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수상은 한국 영화가 칸에 진출한 지 19년만의 일이다. 2007년 배우 전도연이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2010년 이창동 감독은 '시'로 각본상을 받았다. 2004년 박찬운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를 받았으며 2000년에 임권택 감독의 '충향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