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미니칼럼-短] 최고의 도(道), 냅도 ② BTS

2019-05-20 10:51
BTS를 제발 내버려둬

 

정부나 공공기관이 사적인 영역을 지원하고 간여하는 걸 관치(官治)라고 한다. 특정 업종, 분야나 회사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지원, 관치는 필요할 때도 있지만 도리어 일을 망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뭔가 창의적인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명박 정권 시절, 한식이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인기를 끌자 ‘영부인’이 나서 재단을 만들고 세계화를 외쳤다. 한식 한류 초창기 붐은 이내 지지부진, 머지 않아 지리멸렬했다. 당시 관치에 동원된 수많은 한식 전문가들은 정부가 앞장서지 말고 그냥 뒀다면 어땠을까 아쉬워한다.

관치에 대한 최신 유머가 있다. 요즘 ‘21세기의 비틀스’로 불리는 글로벌 슈퍼스타 BTS(방탄소년단)를 하루아침에 망가뜨리는 방법은? 정부에 ‘한류부’를 신설하고 BTS 소속사 방시혁 대표를 장관으로 앉힌다!

요즘 서울시는 2년 전 홍보대사로 임명한 BTS 때문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일찌감치 ‘될 성 부른 떡잎’을 확보한 거다. 그러자 청와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다른 ‘높은 곳’에서도 어떻게든 BTS를 공공외교에 활용하려 한다는 후문이다. 정치권 일부는 BTS 병역면제를 거론하는 등 호시탐탐 노이즈 마케팅을 시도한다.

길을 걷다 갑자기 어떤 이들이 “도(道)를 아십니까?”라고 물어본다. 그러면 “도 중에 가장 최고의 도가 뭡니까?”라고 되묻는다. 질문한 이가 당황할 때 씨익 웃으며 답한다. “냅도유”.

제발 BTS를 내버려두시라.


[BTS가 15일(현지시간) 미국 CBS 인기 토크쇼 '스티븐 콜베어쇼'에서 비틀스의 미국 데뷔방송을 연상시키는 무대를 선보였다. 사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