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식량 지원 마련했는데 또 '찬물'…분위기 급랭

2019-05-09 18:29
비건 특별대표-이도훈 본부장 조찬…대북 식량지원 논의
9~11일 3박 4일간 머물며 청, 외, 통 연쇄 면담

조찬 회동을 마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한국을 방문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9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 [저작권자㈜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북한이 9일 오후 불상의 발사체를 5일만에 다시 쏘면서 한미 양국의 대북 식량지원 공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따라 남북·북미 간 대화 재개를 위해 식량 지원을 적극 검토 중이던 우리 정부로서도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우리 정부는 방한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대북식량지원 계획 논의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외교부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오는 11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한국의 대북식량지원 계획과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등 남북관계 현안,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비건 대표는 오는 10일 오후 4시 30분부터 서울정부청사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만남을 갖고 대북 식량지원 방식과 시기, 규모 등에 대해 조율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번 도발로 진전된 논의 여부는 불투명해 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신임 장관과 비건 대표의 인사차원의 자리인 만큼 별도의 의제는 없다"면서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은 정부의 직접지원과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 등 다양한 방식과 민간, 종교계 의견수렴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만약 대북식량 지원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최대 관건은 지원 방식과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최대 보릿고개인 5~6월이 지나면 식량 지원의 경제·정치적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에 정부로선 조속한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 방식과 정부가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 모두 거론된다. 인도적 지원인 만큼 종교계나 민간지원과 합작해 제공하는 방법도 추진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총 4번, 10만~50만톤의 쌀을 차관 형식으로 북한에 지원했다. 가장 마지막 지원은 북한 수해 피해가 컸던 2010년 5000톤 규모의 무상지원이다.

이를 고려해 이번 지원 규모 역시 1만톤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부가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보건, 영양지원 사업에 공여하기로 했다가 불발된 800만달러(한화 약 95억원)로 구매할 수 있는 쌀 규모도 약 4000톤 정도다.

특히 북측의 추가 도발로 대북제재 공조 분위기가 한층 굳건해진 만큼 미국이 추가 조건을 내걸 수도 있다. 가장 유력한 안은 식량지원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과 '감시'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5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허용되지만 (핵무기 개발)돈을 자신의 주민을 돌보는 데 쓸 수 있었다는 생각에 매우 안타까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도발에 대한 충격이 예상보다 미미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발사체 발사가 '그 누구도 겨냥한 것이 아닌 나라의 방위력을 다지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라는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발사에 대한 합찹과 군의 분석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북한이 발사체를 한반도 정세 악화가 아닌 자위적 차원의 군사연습임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섣부른 판단은 자제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