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마지막 신도시 고양창릉...빗발치는 매수관심, 지주들은 "지켜보자"

2019-05-08 16:37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창릉동 일대[사진 = 윤지은 기자]

8일 찾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창릉동 일대는 예상치 못한 신도시 지정에 당혹스런 분위기가 감지됐지만 지난해 말 3기 신도시로 우선 지정된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등과 달리 지주 반발이 거세지 않았다. 토지가 수용되면 통상 공시지가의 120~130%정도를 보상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인근 향동지구의 경우 수용 당시 보상가액이 적지 않았던 데다 아직 본인의 토지가 수용될지 안 될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지주들이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지주들은 관망세지만 매수문의는 빗발치고 있다. 예상 보상가액보다 적은 금액에 매수하면 토지가 수용되더라도 차익을 볼 수 있고 수용되지 않을 경우 '대박'이 터질 수도 있어서다. 개발택지 인근 그린벨트는 언젠가 해제될 거란 기대감 때문에 가격 상승 여력이 높은 편이다.

창릉지구와 인근 지역은 오는 13일부터 향후 2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만, 이 기간 동안 국토교통부의 허가를 받으면 땅을 사고파는 덴 문제가 없다.

◆ 매수문의 빗발...땅주인은 팔 생각 아직

창릉동 SE중개업소 대표는 "직접 방문하는 분들은 많지 않지만 문의전화는 빗발치고 있다"면서 "땅주인들은 아직 매도할 생각이 없다. 기존에 내놨던 물건마저 거둬들이는 판이다. 아직 보상가액도 나오지 않았고 본인 땅이 수용될 지 안 될지조차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주들 입장에서는 내 땅이 수용되면 어차피 팔 수 없게 되고 수용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 개발택지 옆이라 앞으로 더 오를 텐데 지금 팔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린벨트 토지주로서 그동안 토지 개발이 여의치 않았던 경우 '속 시원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창릉동 SA중개업소 대표는 "창릉지구는 전체의 97.7%가 그린벨트"라면서 "그린벨트 토지주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Y중개업소 대표는 "요새는 시세에 가깝게 보상을 해주는 편이어서 지주들 반응이 나쁘지 않다. 향동 수용 당시에도 보상가가 꽤 높았다"면서 "우리도 그정도는 받겠다는 생각이 있어선지 싫어하는 분위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향동만큼 보상이 안 되면 그때가선 난리가 날 수도 있다"고 첨언했다.

한편 토지 수용을 예상치 못하고 얼마 전 토지를 매입한 일부 지주들은 분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Y중개업소 대표는 "잡종지를 매입해 이번주말 잔금을 치르는 분이 있는데, 그분은 평생 여기서 일할 생각으로 땅을 산 거라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면서 "택지 지정이 안 될 거라 예상해서 산 건데 갑자기 1~2년 뒤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어떻겠느냐"고 되물었다.

창릉·용두·화전동 일대는 지난해 후보지 유출로 신도시 발표에서 제외됐다가 5개월 만에 신도시로 지정됐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창릉동 일대[사진 = 윤지은 기자]

◆ 시름 깊은 임차인...기존 신도시도 암울

대다수 지주들 사이에는 아직까진 나쁠 것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지만, 임차인들의 시름은 깊은 편이다. 창릉동 화훼단지에서 20년째 장사하고 있다는 A씨는 "어디로 옮겨가야 할지 대책이 안 선다"면서 "시설을 꾸미는 데 몇 천만원이나 들인 데다, 이 자리에서 오랫동안 장사하다 보니 단골도 많은데 벗어나면 사업권이 무너지지 않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근 기존 신도시 분위기도 좋지 않은 편이다. 정부 발표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3기신도시 고양 지정, 일산신도시에 사망선고-대책을 요구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작성 하루 만에 6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글쓴이는 "지어진 지 30년이 돼가는 일산신도시는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여 이렇다 할 만한 일자리 없이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며 “이번 3기 신도시 지정은 과잉 주택공급으로 인해 일산신도시를 더욱 베드타운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지하철 개통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창릉동 인근 동산동 쪽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지하철 6호선 새절역부터 고양시청까지 14.5㎞를 잇는 지하철 ‘고양선’이 신설된다. 노선에는 향동지구역 등 총 7개 역이 새로 만들어진다.

동산동 D중개업소 대표는 "창릉동이 아닌데도 외부에서 토지 매수문의가 오더라. 땅주인들 문의는 없다"면서 "동산동 주민들은 고양선 신설 때문인지 신도시 지정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