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늘리기에 급급한 카드사‧‧‧돈 안 되는 구매전용카드에 ‘올인’

2019-05-08 07:35
기업 어음대신 사용‧‧‧삼성‧롯데 등 실적 포장

외형 성장에 급급한 기업계 카드사들이 구매전용카드로 이용 실적을 부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전용카드는 기업 간 물품 거래에서 사용될 뿐인 전형적인 무수익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실적 포장과 매각가 부풀리기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료=금융감독원]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BC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의 법인카드 이용실적은 삼성카드가 22조2991억원으로 1위다.

다음으로 롯데카드가 19조1443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고, 신한카드(15조1056억원), 현대카드(14조4050억원), KB국민카드(12조 4288억원), 우리카드(12조2114억원), 하나카드(8조7278억원) 순이다.

하지만 법인카드 실적에서 구매전용카드 실적을 빼면 1등이었던 삼성카드는 5위(9조7473억원)로, 2등이었던 롯데카드는 7위(4조1040억원)로 추락한다. 삼성카드와 롯데카드는 법인카드 실적의 절반 이상을 구매전용카드로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구매전용카드란 기업 간 거래에서 납품업체와 구매업체 간에 어음이나 외상 거래를 대신해 쓰이는 결제 체계로, 삼성·롯데 등 그룹사들이 자체 금융계열사 카드를 주로 사용한다. 제조·유통 등 그룹 계열사의 거래 편의를 위해 제공되다 보니 수수료는 사실상 없다. 수익이 전무하다 보니 그동안 ‘실적 부풀리기용’이라는 비난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구매전용카드로 실적 상승에 성공한 대표적인 카드사는 삼성카드다. 삼성카드의 구매전용카드 실적은 2014년에 14조6600억원, 2015년 15조380억원, 2016년 14조7870억원, 2017년 14조1634억원, 지난해 12조5518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삼성카드의 지난해 전체 이용실적은 122조9878억원을 기록했다. 1위 신한카드(142조3040억원)를 따라잡았고, 3위 KB국민카드(102조8121억원)를 추월한 지는 오래다.

롯데카드 역시 계열사 의존도가 심하다. 지난해 법인카드 이용실적 19조1443억원 가운데 15조402억원이 구매전용카드 실적이다. 순수한 법인카드 이용실적은 4조1040억원으로 카드사 중 꼴찌이고, 신용카드 전체 이용실적으로도 업계 6위다.

롯데카드는 2012년 구매전용카드 실적이 약 4조원 수준이었으나 2013년 약 11조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2014년 12조1816억원, 2015년 11조3386억원, 2016년 11조5851억원 수준을 유지하다 2017년부터 다시 13조6290억원, 지난해 15조40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금융 계열사인 롯데카드 등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카드 매각을 앞두고 자산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실적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난 3일 한앤컴퍼니를 선정했다. 시장에서는 롯데카드의 매각가를 1조원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한앤컴퍼니가 제시한 가격은 롯데그룹이 원했던 1조5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익이 없는 구매전용카드의 실적을 빼면 일부 기업계 카드사들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며 “CEO들이 생명 연장과 매각을 위해 사실상 실적 부풀리기를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와 롯데카드 측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가시화된 지난해 말부터 구매전용카드를 줄이는 추세에 있다"며 "수익이 나지 않는 구매전용카드를 줄여 내실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