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자유조선-CIA 접촉 증거 확보"…北美 정보라인 흔들린 배경?
2019-05-04 00:00
주스페인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반북단체 자유조선과 미국 중앙정보국(CIA) 간의 연계 가능성이 또다시 제기되면서 이 상황이 북미 관계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미국 매체 '더네이션'의 탐사보도 기자 팀 셔록은 2일(현지시간) 스페인 경찰과 정보기관이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에이드리언 홍 창이 스페인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당국자들과 만났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자유조선과 CIA 연루설이 계속 제기되는 가운데, CIA의 카운터파트이자 북미 정보라인으로 꼽히는 북한 통일선전부 부장의 교체 시점이 맞물려 눈길을 끈다.
최근 국정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북한의 대미·대남 업무를 총괄하던 통일전선부장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서 장금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위원으로 전격 교체됐다.
그간 북미 비핵화 고위급 협상을 도맡아 왔던 김 부위원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대미 업무가 북한 외무성으로 옮겨가면서 통전부는 본래 기능대로 대남 기능만을 갖게 됐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자유조선이 통전부 인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수는 있다"면서도 "북미의 첩보 활동은 그동안, 또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북미 협상에는 제한적인 영향만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또 북한이 상대적으로 자유조선에 대해 침묵하는 원인에 대해 "자유조선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며 무시하는 전략을 쓰는 중"이라고 답했다. 북한으로서는 임정을 표방하는 반북 단체가 계속해서 이슈화가 되는 걸 경계하고 있다는 풀이다.
사건 이후 지금까지 북한은 자유조선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대화가 틀어지고 북미가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되면 자유조선은 북한의 대미 비난 카드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스페인 현지 언론들은 지난 3월에도 자국 수사당국이 CIA와 연관된 2명을 습격사건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국무부는 미국과 아무 상관이 없는 사건이라며 연루설을 부인했다.
이후 워싱턴포스트가 '천리마 민병대'(자유조선의 옛 명칭)' 를 습격 당사자들로 지목하면서 CIA 주도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어 3월 26일 천리마 민병대는 자신들이 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미국 정부는 자유조선이나 해당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지난달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 정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