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마두로 축출 무위에 그치나..트럼프 정책 시험대

2019-05-02 15:05
AP "올해 3차례 축출 시도 모두 실패"
美 추가제재·군사개입 여부에 관심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한 반정부 총궐기가 1일(현지시간) 이어졌지만 군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마두로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마두로 퇴진 움직임이 동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후안 과이도 정권 수립을 목표로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정책도 시험대에 올랐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서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인 과이도 국회의장의 주도 아래 수만 명이 참가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과이도 의장은 트레이드마크인 하얀 셔츠를 입고 군중 앞에 서서 총파업 동참과 군부의 전향을 강조하면서 정권교체까지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했다.

시위대는 북을 치고 베네수엘라 국기를 흔들며 마두로 퇴출을 외쳤다. 그러나 과이도 측이 기대한 ‘베네수엘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가두시위’와는 거리가 멀었고 그마저도 오후가 되저 시위대가 집을 향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AP통신은 마두로 퇴출을 위한 올해 세 번의 중대 국면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두 번은 지난 1월 과이도 의장이 처음 과도정부 임시 대통령을 자임하고 미국 등 주요국의 지지가 잇따랐을 때와 2월 과이도 의장이 해외 원조물자 반입을 시도하면서 충돌이 빚어졌을 때다.

과이도 의장은 이번엔 군사 봉기를 통해 마두로 퇴출 분수령을 기대했다. 지난달 30일 과이도 의장은 마두로 정권을 등진 일부 군인들 및 반정부 시위대와 카를로타 공군기지 외곽에서 군사 봉기를 시도하며 군부의 추가 이탈을 호소했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을 향한 군 지도부의 충성심은 변하지 않았다. 일부에서 유혈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베네수엘라 군은 장갑차를 동원해 봉기를 진압했고, 마두로 대통령은 “쿠데타를 따라한 작은 소동이 실패로 끝났다”고 선언했다.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정부 시위대는 카라카스에서 맞불 집회를 열기도 했다.

로이터는 과이도 의장이 지난 1월 말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을 자처하고 미국과 유럽 등 해외 54개국의 지지를 확인하면서 베네수엘라 국민에 정권교체 기대감을 심었지만, 3개월 넘게 변화가 없자 일부 지지자들이 좌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간 200만%를 넘는 초인플레이션과 경제 파탄으로 많은 국민이 마두로 정권에 등을 돌렸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여전히 대법원을 포함한 핵심 권력 기관과 군부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정책도 시험대에 올랐다. 트럼프 정부는 베네수엘라 정권교체를 목표로 마두로 정권의 돈줄을 죄는 경제 제재를 강화하면서 베네수엘라 사태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대로 시위 동력이 떨어질 경우 이례적으로 여야 모두의 호응을 얻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정책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데이비드 스밀대 미국 튤란대 교수는 AP통신에 “전체 상황을 볼 때 베네수엘라 야권과 미국 정부는 이 위기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일련의 현실 점검을 해야할 것"이라면서 “이들이 추진하는 압박을 통한 정권 붕괴 시나리오는 수명이 다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의 다음 조치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개입 가능성을 띄우면서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 위기 해결을 위해 “궁극의 방법”을 뺀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옵션인지를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는 말하기 꺼려지는 것”이라면서 군사개입을 배제하지 않았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해 미국 고위관료들 역시 베네수엘라 사태 해결을 위한 군사개입을 시사해왔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무력 분쟁 지역에서 미군 철수를 단행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서 새로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면서 군사개입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국이 무력을 사용할 경우 베네수엘라에 파병한 러시아와 충돌할 공산이 크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통화하고 마두로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러시아는 미국에 베네수엘라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 받아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베네수엘라가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는 오리무중이다. 일각에는 마두로 정권이 겉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위태롭다는 분석이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외교 전문가들을 인용해 마두로 정권 내부에 큰 균열이 있으며 군부에서도 과이도와 마두로 사이에서 격렬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혼란의 수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미국 조지타운대 안보연구센터의 폴 설리번 연구원은 블룸버그통신에 “만에 하나 과이도가 살해된다면 베네수엘라는 대혼돈으로 빠져들 것이다. 어떤 경우에서건 마두로가 순순히 물러나진 않을 것이다. 피를 부를 수도 있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1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클리아 플로레스 부인와 함께 수도 카라카스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