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메신저 암호화 기능 도입...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의 전형"

2019-05-01 15:48
페이스북, 개발자 행사 F8에서 종단간 암호화·최적화·PC용 앱 등 메신저 신 기능 발표
잇따른 보안 사고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지적 나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보안이 미래다'는 새 표어를 공개했다.[사진=페이스북 제공]

전 세계 22억명 이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이 메신저 서비스의 모든 영역에 종단간 암호화를 적용하고 PC용 페이스북 메신저를 출시하는 등 메신저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개인정보유출 등의 문제가 생긴 후 진행되는 절차인 만큼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30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은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행사 'F8'에서 페이스북 메신저 성능 개선을 추진하며 시그널 등 경쟁사처럼 서비스 모든 영역에 종단간 암호화를 도입하고, PC용 메신저 앱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의 모바일 메신저인 페이스북 메신저는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종단간 암호화 기능을 2016년 가장 늦게 도입했다. 텔레그램, 시그널 등 보안 메신저는 종단간 암호화가 기본 적용되어 있고, 카카오톡도 2015년 종단간 암호화를 도입했다. 페이스북 메신저의 자매 서비스인 왓츠앱도 2014년 종단간 암호화를 도입했다.

이번 발표는 비밀 채팅 기능을 이용해야 종단간 암호화를 적용했던 기존 정책과 달리 일반 채팅에도 종단간 암호화를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그널처럼 페이스북 메신저를 완전 보안 메신저로 변화시키려는 전략이다.

종단간 암호화란 개인끼리 주고받는 메시지를 중앙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내용을 암호화해 중간에서 가로챌 수 없게 하는 보안 기술이다. 페이스북은 맞춤형 광고 서비스 제공 등을 이유로 전면 도입을 미뤄왔으나,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위기에 직면하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고 페이스북의 새 목표는 개인정보 보호에 있다며 "보안이 미래다(The Future is Private)"는 표어를 공개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8700만명의 개인 정보 무단도용, 50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을 일으킨데 이어 올해 들어 5억여개의 개인 데이터를 아마존 서버를 통해 인터넷에 노출시키는 등 보안 문제로 인해 홍역을 치뤄왔다. 이어 최근 실적발표를 통해 미 연방거래위원회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조사에 대응해 약 30억 달러를 벌금조로 준비했다고 밝혀 개인정보 보호라는 근본 대책은 세우지 않고 벌금으로 문제를 메꾸려 한다고 비판받았다.

이날 페이스북은 종단간 암호화 발표와 함께 뉴스피드의 내용을 메신저로 더욱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신 기능을 공개했다.

스마트폰 리소스를 지나치게 소모한다는 비판을 받은 페이스북 메신저 앱도 개선된다. 장기적으로 최적화를 진행해 메신저 앱의 크기를 저사양 스마트폰용인 페이스북 메신저 라이트와 비슷한 수준(약 30MB)까지 낮춘다. 그만큼 요구하는 스마트폰 사양도 낮아진다.

PC와 맥용 페이스북 메신저 앱도 선보인다. 윈도우와 맥OS에 설치해서 이용할 수 있다. 화상 통화, 그룹 채팅 같이 웹에서 구현하기 힘들었던 기능까지 모두 제공한다. 출시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