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강행군…건재함 과시로 체제 결속 다지기

2019-04-29 15:32
5·4운동 100주년 연설, 집권 당위성 강조할듯
양회부터 매주 대외일정 소화, 존재감 드러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8일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원예박람회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이후 거의 매주 대외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지속하고 있다.

주요 2개국(G2) 지도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건재함을 과시해 체제 결속을 다지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등 핵심 국책사업에 대한 외부 비판을 상쇄하고 호소력을 높이려는 포석이라는 주장도 있다.

29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오는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5·4운동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을 할 예정이다.

5·4운동은 1919년 산둥성 조차권을 강제로 확보한 일제에 저항해 베이징 대학생들의 주도로 일어난 항일 운동이다. 이후 반제국주의 및 반봉건주의 운동으로 진화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중국 공산당이 5·4운동 정신의 계승자라는 점을 들어 집권의 당위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을 겨냥해 일방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높다.

올 들어 시 주석은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육성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미·중 무역전쟁과 경제 악화 등으로 체제 동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강건한 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하는 행보가 잦아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양회 때 이후로는 거의 매주 대외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다.

3일 정협 개막부터 15일 전인대 폐막까지 이어진 양회 기간 중 각계각층 인사들과 릴레이 면담을 진행한 시 주석은 그 다음주인 21일부터 4박 5일 동안 유럽 3개국 순방에 나섰다.

귀국 이후 지난 5일에는 쓰촨성 대형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 30명의 합동 영결식에 직접 참석했다. 15~17에는 충칭 시찰에 나서 탈빈곤 정책 강화를 독려하는 민생 행보를 보였다.

시 주석은 22일 중국 내에서 대쪽 같은 법조인으로 명망이 높은 샤오양(肖揚) 전 최고인민법원 원장의 화장식에 참석해 유족들을 위로하며 인자한 지도자의 모습을 내비쳤다.

23일에는 산둥성 칭다오항에서 열린 국제 관함식에 참석했다. 중국이 자체 건조한 미사일 구축함 시닝(西寧)호에 승선한 시 주석은 중국 함대와 세계 각국에서 온 전함들을 사열하며 '강군몽(强軍夢)' 의지를 다시 피력했다.

25일부터 27일까지는 올해 중국의 최대 외교 행사로 꼽히는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주재했다. 특히 25일 하루에만 13개국 지도자와 릴레이 회담을 가졌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서구 언론에서 제기한 시 주석의 건강 이상설을 불식하는데 주력했다.

일대일로 정상포럼 폐막 하루 뒤인 28일에는 세계원예박람회 개막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 주석은 개막 연설에서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인류가 공동 대응할 것을 촉구하며 일대일로가 친환경 경제 체제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외 일정 사이사이에 열린 중앙 전면심화 개혁위원회(3월 19일)와 중앙정치국 회의(4월 19일), 중앙재경위원회 회의(4월 22일) 등 굵직한 내부 일정까지 힘에 부칠 정도의 일정이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오는 6월 만 66세가 되는 시 주석이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낄 만한 일정이 지속됐다"며 "무리를 해서라도 자신의 존재감과 건재함을 드러내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