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 1강체계 굳히나

2019-04-26 16:19

케이뱅크 대주주에 오르려던 KT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고 제3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국내 인터넷은행이 '카카오뱅크 1강' 체계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26일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경영실적을 보면 2017년 6월 각각 국내 1호 및 2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한 두 은행의 '몸집' 차이는 크게 벌어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670억원을 갖고 출범했지만 지난달 말까지 자본금을 1조3000억원으로 크게 늘려 케이뱅크(4755억원)의 2배 이상이 됐다.

자본금 규모에 따라 고객 수도 크게 갈린다. 지난달 말 기준 카카오뱅크 고객 수는 891만명으로 케이뱅크(98만명)의 9배 이상이다. 이는 예금 및 대출 규모를 갈랐다. 총수신은 카카오뱅크 14조9000억원. 케이뱅크 2조5900억원이며, 총여신은 카카오뱅크 9조6700억원, 케이뱅크 1조4900억원이다.

두 인터넷은행의 이 같은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5900억원을 늘리려던 케이뱅크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5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케이뱅크 핵심주주인 KT를 검찰에 고발했다. 당초 KT는 유상증자를 통해 현행 10%인 케이뱅크 지분을 34%까지 늘리고 대주주가 되려 했지만, 이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검찰 고발에 따라 금융당국의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무기한 중단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케이뱅크는 신규주주를 영입해 자본금을 확충한다는 계획이지만 금융권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5000억원 이상의 증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를 감내할 기업을 찾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가 주력 대출상품인 중금리대출까지 판매를 중단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케이뱅크는 자본여력이 부족해지자 최근 대표 대출상품 2개를 중단한 데 이어 예금금리를 대폭 낮췄다. 케이뱅크가 대출상품을 일시 중단한 건 이번이 벌써 14번째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간 몸집 차이가 이미 큰 상태인데, 케이뱅크의 유상증자 계획이 물거품 되며 카카오뱅크의 '1강체계'는 보다 견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3 인터넷은행 출범에 '빨간불'이 켜진 점도 '카카오 1강 체계'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토스뱅크 컨소시엄과 키움뱅크 컨소시엄이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접수했지만 각각 '암초'에 출범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토스뱅크는 60.8%의 지분을 가진 비바리퍼블리카가 '금융주력자(금융자본)'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라 IT기업 등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는 인터넷은행 지분 3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측은 '전자금융업자'로 등록된 만큼 금융자본으로 인정받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 출범 당시 우리은행이 대주주로 참여할 수 있었떤 건 당국의 유권해석이 있었기 때문인데, 특혜가 아니었냐는 시비가 최근 일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토스뱅크의 출범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키움뱅크는 토스뱅크에 비해 인가받기 유리한 조건이지만, 자본확충 시 주주들 간 의견이 엇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키움뱅크 컨소시엄엔 참여한 업체는 1대 주주인 키움증권을 비롯해 하나금융그룹, SK텔레콤, 11번가 등 28개나 된다. 키움뱅크가 출범하더라도 자본확충 시 이해관계가 각기 다른 이들 기업의 이견을 모으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목된다. IT회사가 은행을 만들어 금융혁신을 유도한다는 게 인터넷은행 출범의 취지인데, 키움뱅크는 기존 금융회사인 키움증권에 은행을 붙여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시장 환경에서 카카오뱅크의 독주 체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카카오뱅크 1강 체계가 완전히 굳어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역시 중단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자본 한계가 드러나며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점도 변수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에 의존해 자본을 조달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의 전체 발행주식 50%를 보유한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내년 기업공개(IPO)를 열어 자본금을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