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 콰르텟 “4명 모두 지휘자, 실내악의 매력 느껴보세요”
2019-04-18 15:13
4월2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서 정기연주회
초심을 추억하는 그들이 너무나 행복해보였다. 한참동안 6년 전의 ‘추억 보따리’를 털어놨다. "지금은 여든이 훌쩍 넘으신 펠츠 선생님께서 그 당시 '음악이 책장처럼 너무 정리돼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연주할 때 가슴에서 나오는 연결고리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저희 정말 열정이 넘쳤어요.”
인상 깊었던 초심을 뒤로 하고 인터뷰를 이어갔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놀라움은 선명해졌다. 실내악에 대한 애정과 더욱 폭 넓은 곡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열정은 6년 전 초심 그대로였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흔하면서 흔하지 않은 말. 불가능한 말인 줄 알았다. 그들을 만나고 생각이 바꿨다.
바이올리니스트 윤은솔, 박수현 비올리스트 김세준, 첼리스트 조형준으로 구성된 ‘아벨(Abel) 콰르텟’이 오는 20일 오후 8시에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제3회 정기연주회 ‘초심’을 공연한다. 오는 24일에는 천안예술의전당 무대에 선다. ‘Abel’이라는 단어는 히브리어로 ‘생명력’을 의미한다.
‘아벨 콰르텟’은 정기연주회에서 베토벤 현악사중주 제6번 내림나장조 Op. 18 No.6, 드뷔시 현악사중주 사단조 Op.10,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제3번 바장조 Op.73을 연주한다.
윤은솔은 “베토벤과 드뷔시의 곡은 ‘아벨 콰르텟’을 결성하자마자 해본 곡이다. 그 당시 ‘아직은 이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멤버들이 나라의 부름을 받아 2년간 공백이 생겼었다. 지난 3월 다시 함께 모였다. 곡이 ‘초심’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6년 만에 다시 만난 악보는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조형준은 “같은 악보를 폈는데 ‘우리가 이렇게 했다고?’라며 놀랐다. 그 때와는 다른 시각이 보이더라. 처음에는 교수님이 알려주시는 데로 했다면 지금은 새롭게 보이는 게 있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과일이 익어가는 것처럼 ‘아벨 콰르텟’의 음악도 점점 깊어지고 고전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도 넓어지고 있다.
쇼스타코비치의 현악사중주 3번은 2차 세계대전 중에 작곡된 곡으로 전쟁에 고통 받는 인간 내면의 처절함을 그린 곡이다.
‘아벨 콰르텟’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멤버들은 극한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곡 속으로 깊게 빠져들었다.
박수현은 러시아 출신 스승이 쇼스타코비치와 함께 전쟁에 대해 나눴던 이야기를 멤버들과 함께 나눴다. 조형준은 “ ‘전쟁 후 모든 것이 무너져 있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일하고 서로 만나며 계속 살아야 했다’고 하더라. 드레스덴에서 외곽으로 나가면 아직 세계 2차 대전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 조금이나마 감정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세준은 “쇼스타코비치의 자서전을 읽었다. 음악 때문에 죽음의 문턱까지 갔고, 살기 위해 교향곡 5번을 썼다고 하더라. 살기 위해 곡을 쓴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의 곡을 들으면 절박함, 마지막에는 허망함이 느껴진다”고 표현했다.
그들의 연주를 봤을 때처럼 이야기를 나눌수록 네 명이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콰르텟의 매력이 느껴졌다.
조형준은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이끌지만 실내악은 각자가 다 지휘자다. 한 명에 의해 4명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4명이 동등하다. 그 매력은 다르다"고 말했다.
박수현은 “사중주를 한 후 솔로로 활동할 때보다 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더라도 더욱 많은 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 배울수록 더 작아지고 배울수록 매력에 빠진다”고 말했다. 김세준은 “다른 사람들과 같음을 찾고 그 속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콰르텟의 매력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15 하이든 국제 실내악 콩쿠르 우승 등 수많은 수상 경력을 뒤로 하고 ‘아벨 콰르텟’은 새로운 출발을 한다. 4월 국내 공연을 마친 후 아벨 콰르텟은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거점으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7,8월에 핀란드 쿠흐모 실내악 페스티벌과 이탈리아 나르니 페스티벌에서 초청 연주를 한 후 9월에는 국내에서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현악4중주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한다. 김세준은 “네 명이 다 솔로로 나오는 특이한 편성이다. 드문 곡이다”고 설명했다. 10월에는 한국에서 한 차례 더 리사이틀을 가지며 일본 우쓰노미야에서 일본 피아니시트와 쇼스타코비치 5중주를 연주한다.
초심 가득한 ‘아벨 콰르텟’은 힘찬 출발을 앞두고 있다. 윤은솔은 “앞으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볼 계획이다. ‘아벨 콰르텟’뿐만 아니라 실내악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