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기 대표 “마포의 문화가 관광객들 마음 사로잡았죠”

2019-04-17 06:00
이창기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 인터뷰
관광과 공연이 하나된 ‘M-PAT 클래식 음악축제’

[이창기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

“클래식은 만국의 공통어입니다. 오스트리아 소도시 브레겐츠에서 열리는 오페라 페스티벌에는 관람객이 40만명 이상 찾습니다. 지역 경제 유발 효과는 2000억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미래를 위해 공연 예술과 관광을 하나로 묶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포가 꿈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불가능해보였던 꿈들이 하나 둘 현실이 되고 있다. 이창기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문화의 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포의 꿈’은 신중한 선택에서 시작됐다. 지난 11일 마포아트센터 집무실에서 아주경제와 만난 이창기 대표는 “마포구에는 홍대와 상암월드컵공원,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서 따온 '연트럴 파크'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경의선 숲길, 방송국이 운집한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등 다양한 장소가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의 65~70%가 마포구를 관광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M-PAT 클래식 음악축제(Mapo Performing Art & Tourism Classic Musical Festival)’다.

2015년부터 공연예술과 관광을 테마로 하는 지역 축제로 출발한 ‘M-PAT 클래식 음악축제’는 2017년과 2018년 2, 3회 페스티벌을 거치며 마포구 나아가 서울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이 기간 마포구의 전 지역이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공간의 재발견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상암월드컵공원의 호수 주변은 2000석 규모의 오페라 공연장으로 바뀌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2017년에는 ‘카르멘’ 2018년에는 ‘사랑의 묘약’을 공연했는데 모두 매진됐다.

홍대를 상징하는 라이브클럽에도 클래식이 스며들었다. 1995년부터 홍대의 대표적 라이브클럽으로 자리잡은 롤링홀에서 오페라 공연이 이뤄졌다. 이창기 대표는 “역발상을 했다. 클럽데이 때 홍대 클럽 어느 한 공간에서는 클래식 공연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일상은 훌륭한 무대였다. 게스트하우스와 외국인들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전통시장 아현시장도 클래식 음악으로 물들었다. 1958년 개업한 목욕탕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행화탕에서는 오스트리아 카메레타 콰르텟의 내한 공연이 열렸다. 이창기 대표는 “목욕탕이라 확실히 울림이 좋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한류는 한국의 문화를 세계 곳곳에 널리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9월 있었던 ‘M-PAT 클래식 음악축제’ 개막 공연은 네이버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 됐는데, 영상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227만명이나 됐다. 클래식 영상으로는 이례적인 수치다. 이창기 대표는 “사회를 황치열씨가 봤다. 중국, 우즈베키스탄, 일본 관객들이 티켓을 사기 위해 줄을 섰더라”고 회상했다.

이창기 대표는 “지역 예술 단체의 경우 재정적인 어려움을 공통적으로 겪는다”며 “유동균 마포구청장이 문화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해주셨다. 투자가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마포아트센터 공연장의 리모델링은 이 대표의 중점 사업 중 하나다. 2015년 2월부터 마포문화재단에 부임한 후 단계적인 리모델링을 계획했다. 2017년 10개월에 걸쳐 소극장 리모델링을 마쳤고, 지난해에는 대극장 보수를 시작했다. 타당성 용역 후 투자심사까지 통과했고, 설계업체도 선정한 상태다. 현재 700석 규모의 대극장은 1100석의 공연장으로 탈바꿈된다. 2020년 설계가 끝나면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180억원 규모의 공사다.

이창기 대표는 “관객석을 늘리는 결정을 하기까지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며 “공연제작사 입장에서는 1000석 이상이 돼야 사업을 할 수 있다. 객석이 늘어나면 더 좋은 공연을 많이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시내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 있는 공연장이 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런 결정들에는 예술과 함께한 그의 인생이 함축돼 있다. 11년간 다닌 첫 직장 서울시청을 그만두는 결정을 하는 데 3일이면 충분했다. 이창기 대표는 “문화 예술에 대한 꿈이 너무나 강했다. 편한 삶보다는 도전하는 인생을 선택했다”고 회상했다.

1999년 세종문화회관에 입사한 이 대표는 홍보실장, 경영기획팀장, 공연기획팀장을 두루 거쳤다. 예술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공무원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남들보다 열심히 뛴 덕분이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강동아트센터 초대 관장을 했다.

이창기 대표는 “예술단체를 운영하려면 해당 지자체, 의회와의 관계 등 공공업무가 중요하더라.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공직 생활을 했던 것이 나의 강점이 되더라”고 말했다.

꿈을 따라 달려온 그에게 다음 꿈을 물었다. 마포구 주민들이 직접 연극, 합창, 무용 등에 참여하는 ‘꿈의 무대’를 언급했다.

이 대표는 “ ‘날 좀 보소’라는 어르신들이 하는 극단이 있다. 공연을 보고 ‘연극은 인생이다’는 말이 떠올랐다. 자신이 인생의 과정에서 겪은 것들을 무대에서 한순간에 토해내셨다. 큰 감동을 받았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향유하고, 국악을 비롯한 예술가들이 더 많은 무대에 설 수 있는 거점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