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기웅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대표 “공유주방, 식품·외식산업 구조 바꿀 것”
2019-04-18 05:18
외식업 임대료·시설비 등 창업실패비용 상당…‘위쿡’ 고정비 등 창업자 부담 줄일 해법
롯데 등 대기업 투자, 연내 제휴 성과낼 것…식품위생법상 B2B거래 안돼, 규제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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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을 나눠 쓰는 ‘공유주방’ 사업이 뜨고 있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고 있다. 국내 첫 공유주방 서비스를 선보인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의 김기웅 대표는 이 같은 시장 확대 분위기를 환영하면서도 "사업의 본질은 ‘유행’이 아닌 ‘구조의 혁신’에 있다"고 강조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위치한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의 공유주방 서비스 ‘위쿡(WECOOK)’ 사직지점에서 김기웅 대표를 만났다.
◆“공유주방, 푸드코트 아니에요...직접 눈으로 보여줬죠”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2015년 10월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2017년 8월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 처음 문을 연 데 이어, 지난 1월 종로구 사직동에 2호점을 개점했다.
위쿡 공유주방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눠 운영한다. 시간 단위로 사용하고 싶은 만큼 공간을 빌리는 ‘공용주방’과 월 단위로 독점적인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개별주방’이다.
이 같은 사전정보에 따라, 위쿡은 주방 여러 개를 한데 모은 공간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사직지점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우선 ‘프레쉬코드’란 샐러드 전문업체의 배송 상자들이 물류 창고 안에 빼곡히 쌓여 있었다. 1층에는 고소한 커피 원두 향과 많지 않은 종류의 빵을 판매하는 카페가 있는데, 사내카페가 아닌 위쿡 입점 업체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건물 2층을 지나 3층 스튜디오까지 회의실과 주방 등 다양한 공간이 있었고, 곳곳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거나 요리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한 건물 안에 모여 있을 뿐, 각기 다른 입점 업체 사람들이 각자 빌린 공간에서 업무를 하는 형태다.
“'공유주방이 푸드코트인가.' 아직도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사업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래서 빠르게 첫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눈으로 보여줘야 하니까.”
김기웅 대표의 말이다. 공유주방이란 개념이 없던 시절 회사를 만들어 4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일반 소비자에게는 생소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공유주방 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우버 창업자가 만든 사업체가 들어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지난해 10월 우버 창업자 겸 전 최고경영자(CEO) 트래비스 캘러닉은 배달 전문 레스토랑 사업 모델인 ‘공유 키친’을 한국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사업설명회를 열고, 서비스 이름은 ‘클라우드 키친(Cloud Kitchen)’이라고 밝혔다. 사업자들이 입점해 공유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각지로 배달 서비스를 하고, 공동으로 마케팅도 하는 식이다.
공유주방 사업이 배달음식업체 또는 레스토랑이 한데 모인 곳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다. 하지만 김기웅 대표에 따르면 공유주방 사업은 현재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의 위쿡 사직점도 공유주방 사업 형태 가운데 한 가지일 뿐이다. 허가 받은 공간을 임대하고 시설을 제공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만, 여기에 어떤 부가서비스를 결합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유주방에 유통판매 채널을 연결하면 ‘식품제조 공유주방’이 되고, 인큐베이팅 교육시스템을 연결하면 ‘키친 인큐베이터’, 배달 음식 판매 채널을 연결하면 ‘배달 전문 공유주방’이 된다.
◆김기웅 대표는? 증권맨에서 외식업계 도전자로 변신
김기웅 대표는 증권맨 출신이다. 요식업계와 언뜻 관련이 없어 보이는 그가 회사를 나와서 첫째로 도전한 분야는 도시락 가게였다. 1년 만에 접었지만, 외식시장에서 창업자들의 어려움을 절실히 느끼는 계기가 됐다.
소규모 가게를 열더라도 임대료부터 시설 대여비까지 고정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수많은 외식업 예비 창업자들이 실패했을 때의 상황을 생각해 아예 창업을 꺼리거나, 빚을 지게 되는 상황이 오는 한 요인이다.
김 대표는 “시장에서 풀고 싶은 문제들이 있었다”며 “예를 들어 괜찮은 잼을 만들어 팔고 싶은 사업자가 있다. 그런데 위쿡이 없었다면 임대차 계약부터 해 가게를 얻어야 하고, 냉장이나 생산설비를 들인 후 구청에 가서 영업신고도 해야 한다. 그리고 시작을 하는데 심지어 잼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검증한 상태도 아니다. 주변인이 맛있다고 했을 때와 가격을 매긴 다음에 사라고 했을 때는 막상 반응이 다르다. 그게 진짜 검증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까지 이미 투자비용이 꽤 든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1년에 절반은 망한다, 3년에 80%는 폐업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창업실패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우선 외식시장에서 성공하기에는 식당 자체가 너무 많다”며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를 포기하든지 아니면 고정비를 줄일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 생각에서 김 대표가 공유주방 사업을 결심한 지 6개월 만에 심플프로젝트컴퍼니가 탄생했다. 2015년 10월 김 대표를 포함해 측근 3~4명이 시작한 이 회사는 현재 임직원 80명 수준으로 몸집이 불었다.
위쿡은 사용하는 기간 만큼만 비용을 내기 때문에, 임대료 때문에 자리를 내쫓기거나 문을 닫을 일은 없다. 가게가 문을 닫더라도 자리가 팔리지 않아서 손가락 빨면서 보증금만 까먹을 일도 없다고 설명했다. 원하면 위쿡 컨설턴트를 통해 제품 사진을 예쁘게 찍는 법을 사업자에게 가르쳐주기도 한다. 팔고 싶은 음식을 더 먹기 좋게 진열하는 플레이팅이나 위생교육 등도 기본이다.
◆공유주방, 온라인유통·식품사업 날개 달고 훨훨
김 대표는 앞으로의 식품·외식 시장은 ‘온라인유통’이 득세할 것이라 보고 있다.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앞서 설명했듯 △제조형 △음식점형 △그로서리형 △배달형 총 4가지로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신선식품, 맛집 등과 소비자, 온라인 유통채널을 연결하는 중심에서 위쿡은 매개체 역할을 한다. 현재까지 460여팀이 위쿡을 거쳤다. 2016년 이후 지금까지 150억원을 투자받았다. 롯데, GS리테일 등 대기업들도 투자에 나섰다.
특히 롯데와는 연내 가시적인 성과를 낼 계획이다. 롯데그룹의 핵심 유통·식품사인 롯데호텔·롯데쇼핑 e커머스·롯데슈퍼·롯데지알에스(GRS) 4개사가 심플프로젝트컴퍼니와 사업제휴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 중이다.
롯데호텔은 소속 셰프 200여명의 연구개발(R&D) 센터로 위쿡을 활용하고 있다. 롯데슈퍼와 롯데쇼핑 e커머스는 식음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유통채널을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다. 자체상표(PB) 제품개발도 한다.
외식 서비스 계열사인 롯데GRS는 공유주방, 공유식당 등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의 부동산 공동개발에 참여하기로 했다. 컨세션(시설외식) 등 롯데지알에스가 운영하는 복합시설물 안에 심플프로젝트컴퍼니가 키운 우수한 식음료(F&B) 사업자의 매장 입점을 추진한다. 배달전용 제품 개발도 한다.
위쿡은 오는 5월에는 서울 북촌에 공유 음식점도 열 계획이다. 식당 두 곳이 이곳에 입점해 6개월간 공간을 공유하며 영업을 한다.
애로사항도 있다. 공유주방 플랫폼 사업자가 늘고 있지만, 현행법이 걸림돌이다.
식품위생법 37조는 영업허가를 영업소별로 내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공간이 나뉘지 않은 곳에서는 여러 사업자의 영업신고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유주방처럼 공간을 나눠 쓰는 곳에서는 사업자들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 외에는 마켓컬리와 같은 또 다른 유통채널에 판매하는 B2B(회사 간 거래) 영업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다행히 최근 들어 규제 개선의 움직임이 있어 위쿡을 비롯한 공유주방 사업자들은 희망을 걸고 있다.
김기웅 대표는 “공유주방은 유행하는 현상이나 브랜드가 아니라, F&B 산업 구조를 바꿀 메가트렌드라 본다. 전형적인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형태를 띠고 있다”며 “온라인 식품시장이 커지는 만큼 공유주방도 더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