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확대경] 당당한 카공족 되자...숨은 청년 무료 공간
2024-07-12 06:00
2030 취준생 63%가 '카공족'
사장님 눈치 안 봐도 되는 무료 공간
적당한 소음은 허용되는 분위기 선호
사장님 눈치 안 봐도 되는 무료 공간
적당한 소음은 허용되는 분위기 선호
서울시 자치구 중 청년 인구비율(41%)이 가장 높은 관악구. 평일 오후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 카페 분위기는 ‘스터디 카페’를 방불케 한다. 두꺼운 책이나 노트북을 가져와 ‘카공’에 열중인 손님들이 적지 않다. 카페도 이 같은 수요에 맞춰 좁은 1~2인용 책상을 줄지어 배치한 곳이 많다. 특히 대학교 시험 기간에는 카공족이 카페 자리를 모두 차지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빈자리를 찾아 여러 카페를 돌아다녀야 할 정도다.
다만 오래 한 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다. 카페 업주 입장에서 한 손님이 가장 값싼 음료인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오랫동안 앉아있는 동안 손님을 놓치게 된다. '2시간 이상 자리 시 음료 추가' 등 자체적인 규정을 마련한 이유다. 급기야 '20대 금지' '카공족 금지'를 써붙인 곳도 등장했다. 관악구에 거주하는 홍모씨(28)는 “음료를 시킨 지 3시간 정도 지나면 눈치가 보여 자리를 정리하거나 다른 카페로 옮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선 용산구에 있는 서울광역청년센터와 15개 서울청년센터(마포·은평·강북·노원·도봉·광진·성동·강동·서초·금천·관악·강서·양천·영등포)다.
1호선 남영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서울광역청년센터는 찾아가기 조금 어렵지만, 넓직한 공간을 자랑한다. 테이블은 여유로운 간격으로 배치됐고 푹신푹신 의자는 편안하다. 콘센트도 넉넉하다. 현재 방문한 누구에게나 아이스크림을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1호선 청량리역 인근 동대문센터는 3층으로 구성돼 넉넉한 자리에 야외테라스까지 있다. 1층에는 공유주방이 있어 토스트기·전기포트·전자레인지로 간단한 조리가 가능하다. 북카페와 독서대·노트북 거치대도 대여할 수 있다. 2층에는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는 1인 소파가 있어 1층 북카페에서 책을 가져와 편안히 읽을 수 있다.
유모씨(24)는 “하반기 채용 시즌을 대비해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카페에 자주 나온다”며 “카페에서 오래 공부하면 눈치가 보이기 마련인데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서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관악센터는 신림선 서울대벤처타운역에서 도보 10분 거리로 VR모의면접부스·침대도 갖췄다.
이 밖에 관악구 관악청년청·금천구 청춘삘딩·종로구 청년재단 등 자치구나 민간단체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무료공간도 있다.
카공이 20대 사이에 공부 문화로 자리 잡은 데 발맞춰 이 같은 청년 공간이 준비됐다. 취업콘텐츠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지난해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 취업준비생 198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 이상인 63%가 ‘카페’에서 취업 준비를 한다고 응답했다.
카공의 매력은 독서실처럼 경직된 분위기가 아닌 적당한 소음이 허용된다는 점이다. 설문조사에서 카공 이유로는 ‘적당한 소음이 있어 정숙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공간보다 집중이 잘 된다’ 등이 나왔다. 불안한 주거환경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2년 1인 가구 중 절반(52.3%)이 20대다. 그런데 1인 가구의 평균 주거 면적은 44.4㎡(2021년 기준)로, 전체 가구 평균 주거 면적(68.3㎡)의 65.0%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