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선언’ 카드노조, 16년 전과 무엇이 다를까

2019-04-16 16:03
2003년 총파업은 카드사태로 초래

2003년 카드노조 총파업이 재현될까. 카드노조와 정부의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가 주장하는 3대 요구사항에 대해 당국은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 협상이 결렬된다면 총파업은 현실화된다. 하지만 2003년과 상황은 다르다.

16일 금융당국과 카드노조에 따르면 카드노조가 지난 12일 최후통첩을 선언한 후 아직까지 이렇다 할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 대책 발표에 카드사 사장단이 대체로 이해하는 분위기였다”면서 “부가서비스 축소와 레버리지 배율 완화는 시간을 가지고 할 것이고, 나머지는 업계의 요구사항을 다 들어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부가서비스 축소는 몇천만 명의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에 노조가 요구한다고 들어줄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카드사의 경영을 이유로 소비자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신속하게 할 수는 없다. 부작용이 없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카드노조 관계자 역시 “아직 금융당국과 첫 일정을 잡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카드노조는 △대형가맹점 수수료 하한선 마련 △레버리지 배율 차별 철폐 △부가서비스 축소 즉각 시행 등 3대 요구사항을 전달하면서 금융당국의 성의 있는 대안이 없다면 5월 말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총파업이 실제 이뤄진다면 2003년 카드사태 이후 16년 만이다. 2003년 총파업이 내부 요인에서 발생한 노사 투쟁이었다면 이번 총파업은 정부 정책이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초래됐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2000년대 초반 카드사들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발급 량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하지만 일명 ‘묻지 마 발급’으로 소득이 불안정한 사람까지 신용카드를 사용하게 되면서 카드 값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카드 연체율이 치솟으면서 카드사 부실로 이어졌다. 또 현금서비스가 급증하면서 사태가 더 악화됐다. 결국 은행계 카드사는 모 은행에 합병됐고, 국내 최대 카드사였던 LG카드는 신한금융지주에 매각됐다.

외환카드 역시 외환은행으로 합병돼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 총파업이 시작됐다. 카드노조는 2개월여에 걸친 투쟁 끝에 사측과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할 수 있었다.

16년이 지난 지금, 카드노조는 또다시 구조조정을 우려하며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월 정부가 중소·자영업자에 카드 수수료를 인하해주면서 올해 1분기 카드사의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한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대형 가맹점 수수료를 인상했지만 대형 가맹점의 반발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관심도 역시 2003년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 카드대란으로 많은 국민이 신용불량자가 되고, 가계부채가 늘었다. 카드업계뿐만 아니라 전국민적 문제로 커지자 김진표 당시 경제부총리까지 나서서 LG카드 사태를 중재하려 애썼다.

그러나 현재 금융당국은 카드노조의 핵심 요구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오히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TF에서 “카드업계가 가맹점 수수료에 수익을 의존하는 구태에 머무른다면 도태되는 비극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신사업 발굴을 촉구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금융당국이 카드업계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면서 “뾰족한 대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과 카드사 노조 관계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금융노조 회의실에서 정부의 카드산업 대책 관련 금융공동투쟁본부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