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人] 박삼구 전 회장, '28년 인연' 아시아나항공과 이별
2019-04-15 18:37
그동안 박 전 회장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를 포기하면서도 아시아나항공 만큼은 지키려했다. 형제와 전쟁(?) 속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은 지켜냈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이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이 반려당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수성 전략은 실패로 돌아가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 매출 가운데 6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988년 2월 설립돼 같은 해 12월 첫 국내선 취항, 1990년 1월 도쿄로 국제선 취항에 나섰다. 박삼구 전 회장은 1991년 아시아나항공 사장에 취임한 후 2002년 금호아시아나그룹 부회장, 2002년 금호아시아나 회장을 맡게 된 이후에도 최근까지 아시아나항공 대표 직함을 내려놓지 않을 정도로 애착이 깊다. 박 전 회장은 2004년 당시 금호그룹 명칭도 현재의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바꾸기까지 했다.
박 전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된 후 대한통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등 그룹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인수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 두 기업을 인수하는 비용은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시가총액보다 많았던 탓에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다. 결국 '그룹 부실화' 신호탄을 맞으며 대한통운과 대우건설을 매각하게 됐다. 또 2009년에는 동생 박찬구 회장과 갈등을 겪으며 금호석유화학을 분리시켰다. 한 번 워크아웃으로 놓친 금호타이어도 되찾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결국 다시 품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전 회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재기를 위한 마지막 보루나 마찬가지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650%에 달하며 악화된 기업신용 탓에 이미 정상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기내식 문제로 한차례 파동도 겪기도 했다. 결정적으로는 지난달 말 회계감사에서 '한정' 의견을 받아 주식거래가 일시 정지되기까지 했다.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지켜내기 위해 지난 9일 자구계획안을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에게 제출했다. 당장 필요한 신규자금 5000억원을 요청하면서 박 전 회장 등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금호고속 지분 140억원 규모를 담보로 내놓았다. 특히 3년이 지난 시점까지 경영정상화가 되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려내겠다는 박 전 회장의 의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곧바로 퇴짜를 맞았다.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은 “사재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엔 미흡하다”며 자구안을 반려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박 전 회장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겠다고 했는데 또 다시 3년을 달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봐야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결국 금호산업은 15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라는 경영정상화 자구 계획 수정안을 의결, 설립 31년 만에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떠나게 됐다. 그리고 박삼구 전 회장과의 28년 인연도 막을 내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