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쉬운 뉴스 Q&A]시진핑과 리커창의 잇단 유럽行, 무슨 의미인가요?
2019-04-12 00:00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유럽을 방문한지 한 달도 안된 시점에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유럽을 다시 방문했습니다. 주석과 총리가 연달아 같은 지역을 방문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게다가 이번 방문은 지난달 유럽연합(EU)가 중국을 ‘체계적 경쟁자’라고 부르며 적의를 드러내던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 그 의미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Q. 시진핑 국가주석이 유럽을 방문한 후 리커창 총리도 유럽을 방문했는데…
A. 중국 관영언론들에 따르면 리 총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제21차 중국·EU 정상회의’와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개최되는 중·동유럽(CEEC) 16+1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8일부터 12일까지 유럽을 방문합니다. 이는 리 총리의 올해 첫 해외 순방입니다.
앞서 불과 2주전인 지난달 21일부터 26일 시 주석도 유럽을 방문했는데 이 역시 그의 올해 첫 해외 순방입니다. 서열 1,2위가 나란히 올해의 첫 순방지로 유럽을 택했고 한달 사이 연달아 방문하는 것은 그만큼 중국이 이 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외신들은 중국의 이 같은 행보가 유럽을 아군으로 포섭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합니다. 미국과 무역갈등 속에서 유럽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죠.
이와 동시에 중국의 국책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참여 국가를 늘리기 위해서라는 의도도 숨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외국 기업의 자유로운 시장 접근을 보장하고, 지식재산권 보호와 집행에서 국제 기준을 준수하기로 했고,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지급하는 산업 보조금은 세계무역기구(WTO)가 규정한 범위 내로 조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유럽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 협조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중국과 EU는 정상회의 직전까지도 서로에게 원하는 바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견제하기 위해 이견을 좁히면서 공동성명을 채택했고 이는 2016년 이후 3년 만에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입니다.
특히 지난달 중순 EU가 중국을 체계적 경쟁자라 부르며 적의를 드러냈던 상황을 감안하면 커다란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EU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경쟁자’라 부르지도 않고 중국의 무역관행이 ‘불공정하다’는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공동성명 채택을 중국의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고,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중국과 EU의 관계가 이번 회담 이후 전략적이고 세계적인 관계로 격상했다"고 전했습니다.
A. 리 총리는 10일(현지시간) 크로아티아에 콜린다 그라바르 키타로비치 크로아티아 대통령과 만나 크로아티아에 일대일로 참여를 요청했습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대일로 전략의 핵심인 중국 기업의 크로아티아 항구 및 철도 건설 참여를 지지한다면서 문화 및 관광 등 인문 교류로 활성화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키타로비치 대통령은 "크로아티아는 중국 기업의 투자를 환영한다"면서 "크로아티아의 발전 전략과 일대일로 협력이 중·동유럽 '16+1'까지 확대해 실질 협력이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진 않았지만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리 총리는 12일 CEEC에서 유럽 정상들에 일대일로 참여를 독려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어 이날 관련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시 주석은 유럽 방문 시 이탈리아, 모나코, 프랑스 3개국을 순방했으며 이탈리아 및 룩셈부르크와 일대일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Q. 유럽과 중국의 관계는 정말 좋아지는 건가요?
A. 아직 장담할 수 없습니다. 유럽이 여전히 중국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드루스 안시프 EU 집행위원회 디지털 정책위원장은 11일 “중국의 2017년 국가안보와 관련된 법에는 모든 중국 국민과 조직은 국가안보를 위해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이 합법적으로 중국 정부 정보기관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EU와 중국이 공동성명을 채택한지 하루만에 나타난 태도 변화로 아직 EU가 중국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불안감을 덜어주고자 리 총리는 이번 중-EU 정상회의에서 "중국 정부는 기업에 스파이역할을 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