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만 재건축 스톱?...용산·여의도 등 강북도 꽁꽁 묶여
2019-04-11 15:31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강남 재건축은 워낙 대규모 단지인 데다 재건축이 되면 투기수요가 가세한다"면서 "당장은 (강남 재건축 인가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북지역은 상대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요소가 있을 수 있지 않나(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박 시장이 서울시 인허가권자로서 강남과 달리 강북 재건축·재개발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시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실제로는 강북에서도 서울시의 제동으로 여러 단지에서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우선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지구 전체는 개별 단지 재건축에 앞서 아파트지구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는 서울시 방침에 따라 재건축이 올스톱된 상태다. 여의도 공작아파트와 수정아파트는 지난달 서울시에 ‘재건축정비구역지정 및 계획 수립안’을 제출했지만 모두 반려됐다.
시는 여의도 아파트 지구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재작년 7월 용역을 발주했다. 오는 6월이면 용역이 끝나는 만큼 이 시점을 전후로 지구단위계획이 공개될 전망이었으나 서울시는 부동산 시장 상황을 충분히 검토한 뒤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용산의 경우 아파트지구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이 이미 수립돼 있는 데다, '마스터플랜' 대상 지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용산철도정비창이 코레일 소유 부지여서 정비사업 추진이 여의도보다는 순조롭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용산도 여전히 일부 지역은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서울시가 임대 의무비율이 없는 단지에도 임대주택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1월 '1대1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이촌 왕궁아파트에 가구수를 늘려서라도 임대주택을 넣으라고 권고했다. 재건축은 용적률을 250% 이상으로 높일 경우 상향을 통해 늘어난 가구수의 절반만큼 임대주택을 짓도록 하고 있는데, 왕궁아파트처럼 1대1 재건축을 추진하는 경우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짓지 않아도 된다.
임종빈 왕궁아파트 조합장은 "서울시는 왕궁아파트 부지를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가구수를 기존 250가구에서 300가구 이상으로 늘리는 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50가구를 더 넣을 여건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서울시와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오는 15일쯤 서울시와 협의를 진행할 듯하고 이에 대한 조합원 의견을 묻기 위해 조합원 총회도 5월께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건축심의를 통해 한강삼익아파트 재건축조합에도 정비사업 계획을 수정하라고 통보했다. 조합은 임대주택을 기본계획보다 10여 가구 줄일 계획이었으나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강삼익아파트는 지난 3월 정비계획안을 최초 계획대로 보완한 다음에야 '조건부'로 시 건축위원회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서울시가 임대주택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2022년까지 공적임대주택 8만 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박 시장의 발표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택지에 임대주택을 짓는 것보다는 재건축·재개발로 임대주택을 확대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운 길이라는 관측이 많다.
설상가상 내년 봄부터 서울 내 다수의 재개발 정비지구에 일몰제가 적용된다. ‘재개발 일몰제’란 일정기간 동안 재개발·재건축 등의 도시정비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지연될 경우 시·도지사가 정비구역 지정을 직권해제하는 제도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내년 봄 일몰제가 적용되는 지역은 △관악구 봉천13구역·신림1구역 △동대문구 전농8구역·전농12구역 △동작구 흑석1구역 △마포구 공덕6구역 △서대문구 가재울7구역 △성동구 성수전략2지구·성수전략3지구 △성북구 길음5구역·돈암6구역·장위3구역 △영등포구 신길2구역 △용산구 청파1구역 등 30여곳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