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김연철 통일부 장관 취임사 "평화는 경제다"
2019-04-08 20:26
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서 김 장관 취임식 열려
'임중도원' 책임감 무거워...직원들엔 '절차탁마' 자세 강조
'임중도원' 책임감 무거워...직원들엔 '절차탁마' 자세 강조
통일 가족 여러분, 반갑습니다.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한 이후 13년 만에 다시 통일 가족으로 여러분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통일부 창설 50주년에 통일부 장관으로 취임하게 되어 감회가 더욱 새롭습니다.
낯익은 얼굴들도 있지만 새롭게 자리를 채운 젊은 직원 분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돌아온 통일부는 젊고 활력이 넘치는 모습입니다.
이번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많은 도움과 격려를 받았습니다.
고생해주신 모든 직원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전임 조명균 장관님의 노고에 존경을 표합니다.
단절되었던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지금의 단계로 진전되는 과정에서 매 순간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셨습니다. 앞으로도 평화통일을 향한 여정에 늘 함께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오늘 ‘임중도원(任重道遠)’, ‘어깨는 무겁고 길은 멀다’라는 말을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여러분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하루하루 새로운 각오로 임해 나가겠습니다.
통일 가족 여러분,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해 시작된 한반도 평화의 흐름을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제도화해 나감으로써 민족의 염원인 평화통일로 가는 굳건한 반석을 놓아야 합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했던 불행한 남북관계의 역사를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이러한 입장에서 저는 세 가지 추진 기조 아래 우리에게 맡겨진 역사적 소임을 다해 나가고자 합니다.
첫째, 평화가 경제입니다.
국민들이 일상에서 평화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질 수 없는 평화는 날아가기 쉽습니다.
일상의 삶이 나아져야 평화도 지속 가능합니다.
평화의 가치가 국민들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남북관계의 변화로 인해 일상의 생활이 달라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넓어질 수 있습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시작된 한반도 평화정착의 과정은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며 거대한 역사적 흐름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동안 뿌린 평화의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비핵화와 평화정착 과정에서 남북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해야 합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모릅니다.
경제를 고리로 평화를 공고화하고, 평화를 바탕으로 다시 경제적 협력을 증진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고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둘째, 분권과 협치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야할 길은 멀고, 넘어야 할 장애는 많습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합니다.
통일부의 업무는 종합적인 성격을 띠는 만큼, 다른 부처와의 협업이 중요합니다. 통일부가 열린 자세로 관계부처에게 먼저 다가가야 합니다.
관계부처의 의견을 충실하게 듣고, 남북관계의 지식과 경험을 아낌없이 공유하면서, 부처간 협업의 시너지를 최대한 이끌어 내야 합니다.
앞으로 남북관계의 외연이 확대되고 교류협력이 전면적으로 활성화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정부와 민간 사이의 유기적인 분업과 협치를 추진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셋째, 소통과 합의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의 기본방향이 바뀌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국민의 마음을 모으는 일이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의 출발입니다. 지난해 이뤄낸 남북관계 성과들도 국민들의 뜨거운 지지와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통일부를 만들겠습니다.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대한 폭넓은 소통을 통해 국민들이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대북정책이 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가 아름다운 화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특히, 통일 미래세대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참여형 통일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습니다.
통일 가족 여러분, 지금까지 잘 해 오셨습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어렵게 찾아온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민족의 염원을 현실로 바꾸어 내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합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저는 여러분께 세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능동적으로 생각합시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복잡하고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안 되는 이유를 찾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국민들께서 정부에 바라는 것은 어렵더라도 해법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특히, 창조적인 일을 수행해야 하는 통일부 직원들에게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고가 필수적입니다.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도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는 능동의 지혜가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둘째,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합시다. 통일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 내 다양한 요구가 있습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다름 아닌 국민의 의견입니다. 다양한 조언과 충고를 경청하고 합리적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우선 업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정책 고객의 의견부터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통일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장관이 직접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서겠습니다.
셋째, 실력을 키웁시다. 통일부가 통일의 과정에서 길잡이가 되려면, 직원 한 명 한 명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춰야 합니다.
산림 협력 담당자는 산림과 관련된 전문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철도·도로 협력을 담당하는 직원은 철도·도로에 대한 전문가 수준의 역량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긴 안목에서 모든 직원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업무 혁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조직 혁신의 성공은 오로지 내부 직원의 혁신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어렵다고 좌절과 패배의식에 매몰되어서는 안 됩니다. 활기찬 조직 문화는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열정을 넘어선 노력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절차탁마(切磋琢磨), 부단히 끊고, 닦고, 쪼고, 갈아야 비로소 옥에서 빛이 납니다.
조직 차원에서는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오직 실력과 능력으로 평가받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를 실시할 것입니다. 부내의 결정 권한과 책임도 대폭 위임하여 각 분야에서 각자가 스스로 맡은 역할을 다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겠습니다.
통일 가족 여러분, 지금 통일부는 새로운 50년, 새로운 100년을 향한 도약의 시기에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3.1절 기념사를 통해 한반도 새로운 100년의 국가비전으로 ‘신한반도 체제’를 제시하셨습니다.
신한반도 체제는 우리의 주도적 노력으로 남북한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존과 상생의 평화협력 질서입니다.
지난 100년간 우리 선조들이 온갖 고난과 역경 속에서 그토록 꿈꾸어 왔던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입니다.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야 합니다. 어렵다고 좌절해서도, 힘들다고 포기해서도 안 됩니다.
한반도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며, 남북이 함께 공존공영하는, 평화경제의 시대를 열어 나가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통일부가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통일부를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