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강제북송' 재판, 앞으로 일부 공개...재판부 "원칙상 공개맞아"
김연철 전 장관 비서 공판 참석..."기억나지 않는다" 진술
국가 안보를 이유로 7개월간 비공개로 진행됐던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재판이 앞으로는 공개로 진행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10일 공판에서 "재판은 원칙상 공개가 맞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1일 첫 재판을 공개로 했지만 이후 11차례 공판 동안 국가정보원 직원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비공개로 진행해왔다.
이는 국정원 직원 신분과 국가 안보 관련 기밀 사항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었으며 이날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증인 신문이 마무리됐다"면서 검찰과 피고인 측 의견을 수렴해 이같이 결정했다.
검찰 측은 "국가 안보 사항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통일부 증인 신문도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공개 재판이 필요하다면 비밀 문건 등을 제시해야 하는 때에는 비공개 요청을 따로 하겠다"고 재판부에 밝혔다.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측 역시 "공개 재판이 맞지만 국가 안보와 관련한 문건이 제시될 때는 비공개 재판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훈 전 국정원장 측은 "문건이 제시되지 않더라도 질문 안에 내용이 녹아 있을 수 있다"면서 "특정 부분만 공개와 비공개를 분리하기 어렵다면 (전체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비공개 진행을 요청했다.
이 같은 의견을 수렴한 재판부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비서관 A씨에 대한 공판을 시작하기 전에 "국정원 생산 문건 등 안보와 관련한 내용이 없다"면서 공개로 재판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기일별·사안별로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선 A씨와 서호 전 통일부 차관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으나 서 전 차관이 불참한 채 진행됐다. 서 전 차관은 재판부에 사유서를 내고 불출석했다.
공판에선 2019년 11월 당시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이 탈북 어민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A씨가 관여되어 있는지,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등을 놓고 검찰과 피고인 측 간에 공방이 오갔다.
A씨는 사건 당시 김 전 장관 비서관으로 근무했으며 탈북 어민을 북송하게 된 과정에서 청와대와 김 전 장관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어떻게 연락을 취했는지 등에 관해 "모른다" 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해당 사건은 2019년 11월 동해를 통해 탈북한 어민이 국내에 입국했으나 당시 정부가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면서 위법 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쟁점이다.
검찰은 당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지목된 탈북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내도록 관계기관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는 혐의를 적용해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을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피고인들은 흉악범을 국내로 편입시키면 국민 생활과 안전이 위협받기에 내린 합법적 정책 판단이라고 주장하며 검찰 측 공소사실을 받아 들일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 어민들도 우리 국민으로, 살인자라 하더라도 국내 수사와 재판으로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며 북송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