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보험사 경영 재도전···우리아비바생명 데자뷔?

2019-04-09 00:10
MG손보 경영 환경, 우리아비바생명과 유사해

우리금융그룹이 MG손보 인수를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 시기 성공하지 못했던 보험사 경영에 재도전하는 것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MG손보의 경영 환경이 과거 우리금융그룹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우리아비바생명과 유사해 다시 한 번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MG손보가 제출한 경영개선안을 조건부 승인했다. 24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유상증자와 자본 확충을 5월 말까지 마무리하는 조건이다.

MG손보가 제출한 경영개선안에는 우리은행이 새로운 대주단으로 참여해 900억원 규모의 기존 대출을 저금리로 리파이낸싱(재융자)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지난해 9월 말 지급여력비율(RBC)이 86.5%까지 떨어져 금융당국의 경영개선요구를 받았던 MG손보가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아울러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MG손보 대주단에 새롭게 참여한 것을 놓고 우리금융그룹이 MG손보 인수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1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우리금융그룹은 장기적으로 전체 자산의 40%가량을 비은행 부문으로 구성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M&A(인수·합병)를 통해 취약했던 비은행 분야를 키워 중장기적으로 은행과 비은행의 비중을 6대4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금융그룹은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를 인수 계약을 체결했고, 조만간 부동산신탁·캐피탈·저축은행·증권사 등도 인수·합병 계획 중이다. 

또 우리은행은 지난해 8월 지주사 전환 추진을 공식화한 후 우리금융지주 등 여러 국·영문 상표명을 출원했다. 출원한 상표명 중에는 우리생명보험, 우리손해보험 등 보험계열사가 사용할 상표명도 포함됐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금융그룹 2013년 우리아비바생명 매각 이후 6년 만에 보험사 경영에 재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생명보험협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그룹은 2008년 영국 아비바(Aviva)그룹과 함께 당시 LIG생명보험을 인수해 '우리아비바생명'으로 재출범했다. 그러나 우리금융그룹의 우리아비바생명 경영은 순조롭지 못했다.

재출범 첫해인 2008년(회계연도 기준) 우리아비바생명이 당기순이익 109억원을 기록하는 등 출발이 좋았으나 이듬해부터는 회사가 성장하기보다는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7년 동안 세번이나 적자를 기록, 이 기간 당기순이익 총합보다도 당기순손실 합계가 더 큰 수준이다.

이는 우리아비바생명이 생보업계 하위사로 애초부터 경쟁력이 좋지 않았다는 점과 잦은 조직(대주주) 변경으로 우수 직원과 설계사가 이탈한 점, 영업기간 동안 건전성 악화 문제에 신경을 쓰느라 영업에만 집중할 수 없었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문제는 우리금융그룹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MG손보도 우리아비바생명의 조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MG손보는 지난해 9월 말 10개 손보사 중 시장점유율 1.38%(원수보험료 기준)를 점유하는 데 그친 최하위 손보사다.

MG손보도 2013년 강제 매매를 당한 전력이 있어 영업 조직이 튼튼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다. 또 지속적으로 건전성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점도 우리아비바생명과 유사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그룹은 과거 보험업계 하위사인 우리아비바생명을 경영했으나 뚜렷한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다시 매각한 바 있다"며 "현재 MG손보도 우리아비바생명과 비슷한 상황이라 우리금융그룹이 손쉽게 턴어라운드시킬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