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위기의 원인] ②수익구조 악화 감수하며 부채비율 관리했지만 역부족

2019-04-05 05:00
항공기 83대 중 82대 금융운용리스
과도한 리스비용 탓에 벼랑 끝 치달아
알짜자산 팔아 빚 줄여도 악순환 여전
자본시장 신뢰 잃어 유동성 위기 관측도

#코스닥 기업의 일로만 여겨졌던 감사의견 '한정'을 굴지의 대형 항공사가 받았다. 그 결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났으며, 아시아나항공은 자구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향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의 키를 쥘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위기의 근본 원인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아주경제가 아시아나항공이 위기에 놓이게 된 사업·재무·회계적 원인을 살펴봤다.

아시아나항공 위기의 원인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차입금과 부채비율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경영판단에서 부채비율 관리를 우선시하다보니 수익구조 악화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고, 또 그렇게 수익구조가 악화된 탓에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자본시장을 떠나서 생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문제는 이번 감사의견 한정으로 회계정보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었으며, 신용등급도 하락할 수 있어 자본시장에서 자력생존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은 항공기 리스료 탓에 악화됐다. 2010년 3113억원 규모였던 운용리스비용은 지난해 6035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93.86%) 늘어나 수익구조를 압박했다. 같은 기간 매출이 5조395억원에서 6조2012억원으로 23.05%밖에 성장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항공기 리스료는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은 셈이다.

항공사 매출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항공기는 대당 가격이 워낙 비싸다보니 손쉽게 몇 대씩 사들이기 어렵다. 때문에 항공사는 구매 외에도 금융리스(임구)와 운용리스(임차) 등의 방법을 통해 항공기 편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리스는 리스사로부터 돈을 빌려 항공사가 항공기를 매입하는 방식이며, 운용리스는 항공사가 리스사의 자산인 항공기를 단순 대여하는 방식이다. 둘 다 돈을 빌려 항공기를 쓰는 측면은 유사하지만 계약 만료 시 금융리스의 경우 항공사가 항공기를 소유하나 운용리스는 리스사가 항공기를 소유하게 된다.

회계 측면에서는 금융리스 시 항공기는 항공사의 유형고정자산으로 분류돼 재무상태표에 리스자산‧부채로 동시에 인식된다. 그 결과 항공사의 부채가 대폭 늘어나는 단점이 있지만 할부금은 운용리스보다 훨씬 저렴하다. 반면 운용리스의 경우 매년 지불하는 일정 금액의 리스료만 손익계산서에 비용으로 처리하면 되는 덕에 회계처리가 간편하고 부채가 늘어나지 않는다.

 

[사진=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등록한 항공기 83대 중 1대만 자가 소유했으며 나머지 82대는 모두 금융‧운용리스를 활용하고 있다. 운용리스는 61대로 전체의 73.49%에 달하며, 금융리스도 21대 수준이다. 그야말로 대부분의 항공기를 운용리스 방식으로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 등록한 항공기 중 운용리스 비중이 과도한 수준이다. 경쟁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전체 항공기 182대 중 운용리스 항공기는 124대, 비중을 따지면 68.13%로 아시아나항공보다 5%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운용리스를 많이 활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한계에 이른 부채비율 탓으로 보인다. 운용리스는 비용이 비싸 수익구조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당장 부채가 늘어나지 않아 부채비율 관리에 도움이 된다. '형제의 난'으로 그룹 재무 상황이 악화된 2009년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1000%에 근접한 부채비율을 관리하느라 수익구조 악화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다.

 

[사진=아시아나항공]

문제는 수익구조 악화를 감수하면서 부채비율 관리에 매진했으나 그마저도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015년 991.5%로 정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814.9%로 나타나 차츰 낮아지는 추세다.

다만 이 기간 CJ대한통운 주식과 광화문 사옥 등 알짜 자산을 매각했음에도 부채비율을 대폭 개선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관리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부채를 활용해 수익을 내고 빚을 갚는 선순환 구조가 아니라 수익이 악화돼 돈을 점점 더 빌려야하는 악순환 구조가 정착된 탓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알짜 자산 매각으로 일부 부채를 줄였으나 악순환 구조를 완전히 끊어내지는 못했다.


이 같은 수익구조 악화와 부채비율 관리 실패는 아시아나항공이 자본시장을 활용하는 데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발행한 아시아나항공 회사채의 표면금리는 8.5%로 '형제의 난' 및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996년 이후 매년 회사채를 발행해 자본을 조달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신호다.

또 이번 감사의견 한정 사건으로 자본시장에서 신뢰성을 잃고 신용등급도 하락해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운용리스비용이 너무 과도해 돈이 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며 "수익구조 악화를 감수하고 부채비율을 관리해왔으나 그마저도 성과를 내지 못해 벼랑 끝에 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