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교육부는 현실을 외면한 구시대적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 철회하라…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2019-04-04 08:04
학교교육과정부터 전면 수정한 후 기초학력 대책을 수립하라.

※본 입장문은 해당 단체의 일방적인 의견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 있습니다.
 

 


교육부가 지난주 기초학력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정치권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전수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초학력 보장에 대해 교육부가 불쏘시개를 마련하자 정치권이 불을 지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는 교육부의 진단과 대책, 그리고 이에 편승한 일부 정치권의 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교육부는 학교교육과정부터 전면 수정하고 기초학력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교육부는 기초학력을 ‘학교 교육과정을 통하여 갖춰야 하는 읽기‧쓰기‧셈하기와 이와 관련된 교과(국어‧수학)의 최소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학력’이라고 정의하였다. 이 개념을 사용한 교육부 당국자들에게 묻고 싶다.

그들은 초등학교 수학문제와 중학교 수학문제를 풀어봤는지. 대한민국의 수학과목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를 만들어 내고 있는 과목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대한민국의 학교 교육과정은 어려운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학생들을 줄세워 걸러내기 위한 교육과정인 것이다.

그러한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기초학력을 정의한다는 것은 학부모들을 더욱 사교육으로 내몰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교육부가 기초학력 대잭 수립을 진정 원한다면 지나치게 어려운 학교교육과정부터 전면 수정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만 기초학력 부진에 대한 명확한 원인을 모르고 있다. 부모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아이의 학력이 높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오직 교육부 당국자뿐이다.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이 아이의 교육환경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실에서 이를 외면한 채 기초학력 내실화 방안을 통해 ‘평등한 출발을 보장’하겠다는 것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며 기초학력 미달과 보정의 모든 책임을 학교에 떠넘겨 국가가 져야할 책임을 외면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모든 학생에 대한 진단 평가는 이미 폐기된 일제고사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2008~2016년까지 실시해왔던 전수평가 방식으로 인해 시·도간, 학교 간 서열화가 조장되고 경쟁이 심화되어 교육과정이 파행 운영되었음을 교육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성적을 높이기 위한 심각한 부정 행위와 비교육적 행위가 발생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학생에 대한 진단 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것은 교육부 스스로 교육자로서의 양심과 태도를 저버리는 것이다.

교육부가 말한 대로 ‘한 아이도 놓치지 않고 기초학력을 책임’지려면, 학급당 학생 수·수업 시수 감축 등의 적극적 조치를 포함한 교육 환경 개선과 교육과정 재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입시 중심의 경쟁 교육과정과 그에 따라 수업이 이루어지는 교실에서 학생 개개인의 학업 속도와 개성을 고려한 교육은 불가능하다. 또한 현재 교육과정은 발달 단계에 비해 그 수준이 높고 양도 방대하다.

즉 애초에 학생들이 할 수 없는 과제를 주고, 그 과제를 해내지 못한다고 학생과 학교를 탓하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는 현실을 외면한 교육부의 구시대적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학교 교육과정을 전면적인 수정하고 기초학력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2019년 4월 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