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 ‘통큰치킨’ 돌풍에 역풍 맞은 프랜차이즈 치킨
2019-04-04 07:18
롯데마트, 준비물량 12만마리 완판…2만원 안팎 치킨에 뿔난 소비자, 직접 구매 나서
9년 만에 재등장한 5000원짜리 대형마트 치킨이 완판 행진을 거듭했다. 배달료와 가격 인상으로 한 마리에 2만원 가까이 치솟은 프랜차이즈 치킨값에 뿔난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에 나선 것이다.
3일 롯데마트는 지난달 28일부터 일주일간 전국 지점에서 ‘통 큰 치킨’을 판매한 결과, 준비 물량한 12만마리(전량)을 전점에서 완판했다고 밝혔다.
통 큰 치킨은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해썹)인증을 받은 도계장에서 생산한 국내산 냉장 닭을 튀겨 만들었다. 용량은 튀김 등 조리과정을 거치기 전 기준 900g 수준이다. 일반 프랜차이즈 업체 치킨 평균 800g보다 20% 가량 늘렸다. 판매가는 한 마리당 7900원, 롯데 멤버쉽 엘포인트 회원은 5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행사 마지막 날인 이날 오전에도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는 매장이 문을 열기 1시간 전부터 통 큰 치킨 구매를 위해 나온 소비자들이 줄을 섰다. 매장에 직접 사러 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 외에는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소비자를 어느 정도 만족시켰다는 얘기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대형마트의 초저가 행사가 달갑지만은 않은 눈치다.
지난해 교촌치킨과 BBQ(비비큐) 등은 제품값을 올리거나 별도 배달비를 공식화하는 방식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치킨값 2만웜 시대가 열리면서 소비자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마트 치킨은 전문점 제품과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하며 “통 큰 치킨은 한정 판매 상품이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B 치킨업체 관계자는 “롯데마트에서 통큰 치킨을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정식 제품화하면 과거와 마찬가지로 문제가 될 것”이라며 “가맹점주들의 생활터전이 곧 골목상권”이라고 말했다.
통 큰 치킨은 2010년 첫 등장했다. 당시에도 5000원에 일반 전문점 치킨과 비슷한 용량으로 판매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라며 소상공인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강하게 반발해 출시 일주일 만에 자취를 감췄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프랜차이즈와 달리 가맹본부를 거치지 않고 원료 공급자와 직거래할 수 있다. 대량 주문으로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하며 “향후 통 큰 치킨 판매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한 것이 없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롯데쇼핑은 과거 통큰 치킨 출시 후 2011년 5월 ‘통큰’으로 상표권을 출원·등록, 이후 프랜차이즈업체들이 활용할 수 없도록 사전작업을 마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