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은 까닭

2019-04-03 11:16

[사진=아이클릭아트]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14세가 될 때까지 휴대전화를 사주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지난 2017년 영국 일간지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고백한 바 있습니다. 빌 게이츠의 아내 멀린다 역시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금지 리스트' 같은 것은 없지만, 아이폰과 아이팟은 아이들에게 결코 사주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거물인 빌 게이츠가 자녀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엄격히 제한한 것은 의외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폰 최초 이용 시기가 평균 2.27세로 집계된 국내 상황과 비교하면 시대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어린이는 물론 영유아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조치'로 보입니다.

2일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언어발달 지연으로 치료받은 만 2세 이하 영유아 중 63%가 하루 2시간 이상 스마트폰, TV 등을 통해 미디어를 접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단순히 말만 늦게 트이는 정도가 아닙니다. 스마트폰 중독 경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아 사례 또한 심심찮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조사 결과 스마트폰 중독이 의심되는 만 5세 이하 유아들의 경우 감정 표현이나 의사소통이 미숙하고, 공격성을 나타내거나 신체발달의 저하를 보이는 사례가 자주 나타났습니다.

한 아동의 경우 감정을 매우 강하게 나타내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면서 타인을 때리는 행동을 자주 나타냈습니다. 또래가 자신의 장난감을 만졌을 때도 물거나 밀치는 등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다른 아동은 스스로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평소에도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타인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말하는 등 언어적 표현 능력이 낮은 상태였습니다.

하루종일 스마트폰이나 게임기만 갖고 놀아 또래 아이들이나 다른 장난감에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제지할 경우 부모를 공격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이 이러한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영유아들이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영상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타인의 감정을 읽거나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줄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부모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자녀들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부모들의 이용 시간과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인 변화도 필요합니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사회상에 맞게 양육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사회적 지원이 없다면 부모의 노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죠. 정시 퇴근을 보장하는 '패밀리 데이'의 활성화는 물론 일과 가정의 양립 지원을 위한 제도가 완전히 정착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