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액면분할 후 첫 주총···"실적으로 주가 회복"

2019-03-20 14:50
김한조·안규리 사외이사 선임 등 원안통과
3년간 잉여현금 50% 주주환원 재원 활용
참석자 작년 두배 '북새통'···준비소홀 항의도

20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가 20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제50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주총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5월 주식을 50대1로 액면 분할한 후 처음 열린 주총이라 그 어느 때보다도 관심이 뜨거웠다.

김기남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김현석 CE(소비자 가전)부문 대표이사 사장,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 대표이사 사장 등 주주, 기관투자자 10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해보다 참석자가 두 배 이상에 달해 치열한 찬반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 등 3건의 안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100년 기업으로 도약"

이날 주총에서는 부문별 경영현황과 올해 사업전략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주총 의장을 맡은 김 부회장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인재육성과 사회공헌, 신성장 기회 발굴을 통해 글로벌 100년 기업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어려운 경영 여건이 이어지고 있어 회사 전 분야에 걸친 근원적인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주주들에게 설명했다.

특히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5세대 이동통신(5G)은 신사업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집중 육성하겠다"며 "동시에 앞으로 기술, 소비자, 경쟁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 미래성장을 견인할 사업기회를 선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해 초격차 전략으로 선두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정부 주도로 몇 년 전부터 반도체 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반도체 산업은 기술 장벽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 높다"며 "삼성전자는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는 연구 개발과 과감한 투자, 고객 서비스 강화 등으로 늘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김 CE부문장은 "올해 CE시장은 빅데이터, 클라우드, 음성 AI, 사물인터넷(IoT) 도입 확대로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8K 퀀텀닷(QLED) 초대형 라이프 스타일 제품을 확대해 프리미엄 TV 시장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고 IM부문장은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글로벌 경제 둔화, 단말 교체주기 장기화 등으로 성장이 정체되고, 업체 간 경쟁 심화와 단말 고(高)사양화에 따른 재료비 부담 등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으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친화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치열해진 경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판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 선임·주가하락 등 항의 잇달아

이날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임기가 끝나는 송광수 전 검찰총장과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의 후임으로 김한조 하나금융 나눔재단 이사장과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를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역시 임기가 끝나는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성균관대 교수)에 대한 재선임 안건도 가결됐다. 일부 주주들은 박 전 장관이 삼성과 연관있는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 중인 점을 거론하면서 독립성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김 부회장은 "박 전 장관은 상법상 사외이사 결격사유가 없고, 교수로서 자유롭게 학문 연구를 하고 있어서 독립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액면분할 이후 주가 하락에 대한 일부 소액주주의 항의도 이어졌다. 지난해 주총 당일(3월 23일)에 무려 3.98%나 급락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도 장중 1.8%나 떨어지며 약세를 면치 못했다.

김 부회장은 최근 주가 하락의 요인을 미국 금리인상,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둔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하락국면 등으로 지목한 뒤 "올들어 회복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가를 회복시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부터 3년간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고, 매년 9조6000억원 수준의 배당을 지급할 계획"이라면서 "현재 주주환원 정책이 적용되는 3년간의 FCF 규모를 점검하고 3개년 주주환원 방안을 검토해 오는 7월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시점에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주총은 일부 소액주주가 공간 부족 등으로 장시간 대기한 데 대해 경영진을 비롯한 회사 측에 강한 어조로 항의하면서 지난해보다 다소 길어진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