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하노이 노딜’ 이후 새로운 긴장감
2019-03-15 22:30
최선희 北 외무성 부상 기자회견 열고 ‘하노이 빈손 합의’ 미국 책임론
양국 정상 신뢰 거듭 강조... ‘톱다운 방식’ 담판 가능성 열어놔
양국 정상 신뢰 거듭 강조... ‘톱다운 방식’ 담판 가능성 열어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평양에서 외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요구에 어떠한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며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중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 AP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최 부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만간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와 핵·미사일 시험유예(모라토리엄) 유지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면서 “분명한 사실은 미국은 이번에 황금 같은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원인을 미국에 돌리고, ‘일괄타결·빅딜’을 주장하는 미국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다시 대화에 나설 일은 없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외신들과 평양 주재 대사들을 앞에서 발표했다는 점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최 부상은 특히 대북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들이 적대감과 불신의 분위기를 만들었다며 우리는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향한 북한 이 같은 ‘반격’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4일(현지시간) 뉴욕을 찾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대표들에게 북한이 협상에서 이탈을 하지 않도록 협조를 구한 직후 이뤄진 것이다.
그 간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대해 수위 높은 압박을 가할 때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다가 미국이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자 ‘협상 이탈’을 실제로 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미국 자극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에서는 볼턴 보좌관이 전면에 등장해 북한이 미국이 요구하는 ‘빅딜·일괄타결’을 받아들일 것을 압박하며, 대북 제재 강화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북한 압박에 앞장서 왔다.
다만 북한이 협상의 의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최 부상의 이날 발언 중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여전히 좋다고 한 것은 판을 완전히 깨겠다는 경고가 아닌 미국의 의중을 살핀다는 의미라고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